“매니저님, 이제부터는 미혼여성 뿐 아니라 돌아온 싱글(이후부터는 ‘돌싱’으로 칭함)도 상관없으니 결혼경험 유무보다는 사람위주로 소개해 주세요. 최근 주변에서 보면 괜찮은 여성들이 결혼생활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예상치 못한 이유로 조기에 헤어지는 사례를 자주 목격합니다. 비록 결혼생활은 짧지만 남성을 만나 교제하다가 결혼식도 치러보고, 또 쓰라린 이혼까지 맛봤기 때문에 결혼을 해보지 못한 미혼여성들과는 마음씀씀이에서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연봉 2억5천 미혼남성, 골드미스 만나느니 차라리 이혼녀 만난다(?)
금융계에 종사하는 연봉 9000만 원대의 38세 P씨가 한 결혼정보회사에서 배우자 조건을 변경하고 있다. 초혼여성만을 고집하지 않고 돌싱 여성도 적극적으로 만나 보겠다는 것.

한 결혼정보회사에 따르면 미혼 남성이 배우자감으로 미혼 여성 뿐 아니라 돌싱 여성까지 수용하는 사례가 증가일로에 있다고 한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아예 돌싱 여성만을 소개해 달라고 요구하는 고객도 적지 않다고 한다.

“매니저님, 앞으로 저는 초혼보다는 돌싱 위주로 소개해 주세요. 미혼도 보고 이혼경험자도 만나 봤는데 미혼들은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상대의 흠을 찾기에 혈안인 듯한 인상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당연히 대화가 꼬이고 어색하게 진행되기 십상이죠. 그런데 돌싱 여성들은 상대의 입장을 좀더 세심하게 고려할 뿐 아니라 단점까지 수용하는 등 한층 성숙한 면모를 엿볼 수 있습니다. 결혼 후의 생활도 훨씬 원만할 것 같고요...”

서울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연봉 2억 5000만원의 42세 C씨가 밝히는 돌싱女 예찬론이다. 37세부터 진지하게 결혼을 추진해 왔으나 배우자감을 만나기도 힘들지만 가끔 소개를 받아도 교제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골드미스에 대한 좋지 못한 인식 때문에 이제 아예 돌싱녀만 만나기로 방침을 바꿔버렸다. (자료제공 = 비에나래)

이와 같은 미혼남성들의 돌싱녀 선호 현상은 통계청에서 발표한 총각과 이혼녀 간의 혼인건수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즉 1990년에는 전체 혼인 건수의 2.3%에 불과했으나 2000년에는 4.9%로 증가했고, 2010년에는 6.1%에 달해 20년만에 3.8%포인트나 증가했다.

실제 결혼정보회사 고객들의 배우자 조건에서도 이와 같은 추세를 엿볼 수 있다. 결혼정보회사 비에나래와 재혼전문 사이트 온리-유 양사가 5월 1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상담한 36세∼43세의 초혼 남성 고객 588명에 대해 ‘(여성의) 결혼경험 유무별 결혼상대로 수용 여부’를 분석한 결과 전체 조사 대상자의 42.7%가 돌싱 여성도 배우자감으로 무방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

자세한 내용을 보면 전체 조사 대상자 588명 중 57.3%는 ‘미혼여성만 소개시켜 달라’고 했지만, 나머지 42.7% 중 25.5%는 ‘초. 재혼 모두 수용한다’는 반응이고, 17.2%는 ‘돌싱 여성만 소개시켜 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나이가 많아질수록 돌싱여성에 대한 수용의사도 높았다. 36∼39세에서는 전체 조사 대상자 386명 중 39.1%인 151명이 돌싱여성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40∼43세에서는 202명 중 절반에 가까운 49.5%(100명)가 돌싱여성을 배우자감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10년 이상 동안 이혼자가 우리 사회에 누적돼 옴에 따라 전반적으로 돌싱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이 희석됐다”라며 “특히 최근에는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의 결혼생활을 짧게 한 무출산 여성 이혼자까지 가세하면서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의 미혼남성들에게 골드미스를 대체할 강력한 배우자 후보로 대두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결혼을 앞둔 미혼남성들에게 골드미스는 배우자 조건이 까다로울 뿐 아니라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부담감까지 안겨줘 거북한 상대로 인식되고 있다”라며 “돌싱여성들은 배우자 조건도 상대적으로 덜 까다롭고 상대 배려심도 높은 편이라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라고 현상을 설명했다.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