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中도 발 빼는데 그린전략 뒤탈없겠나
우리나라가 주도한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가 국제기구로 격상된다고 한다. 민간기구로 탄생한 지 2년 만에 국제기구로 전환되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는 게 정부의 평가다. 정부는 심지어 이 기구가 녹색성장의 세계은행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유엔 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리우+20)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향후 8년간 그린 공적개발원조(ODA)에 50억달러(약 6조원) 이상을 투입하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우리가 주도하는 국제기구인 만큼 과감한 지원을 자처한 것이다. 하지만 주위를 돌아보면 우리만 녹색성장을 외로이 외치고 있는 상황임을 문득 깨닫게된다.

정부는 GGGI의 국제기구 전환 서명식에 15개국이 참여했다지만 실제 공여국은 우리를 포함해 덴마크 호주 노르웨이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영국 등 7개국뿐이다. 정작 미국 중국 일본 등은 서명에 참가하지도 않았다. 정부는 미국의 경우 국제기구에 가입하는 데 조심스럽고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이라고 의미를 애써 축소한다. 그러나 그렇게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세계가 장기침체를 걱정하고 있는 판이다. 당장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감축을 앞장서 외치던 유럽은 어느새 입을 다물고 있다. 그 끝을 누구도 알 수 없다. 미국은 더딘 경기회복에, 중국은 급격한 성장둔화 조짐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일본도 에너지난으로 말이 아니다. 녹색이라는 이름으로 각국이 경쟁적으로 덤벼들었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는 버블이 꺼지자 구조조정이란 삭풍이 몰아치고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남아공 더반에서 포스트 교토의정서에 대한 실질적 합의가 불발되는 등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논의 틀 자체가 흔들리는 중이다. 본고장이라는 유럽에서조차 탄소배출권 가격이 급락해 시장이 붕괴 직전이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부터가 절박한 개도국에 과연 그린 ODA가 얼마나 먹혀들지도 의문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의 녹색 집착은 끝도 없다. 성급하게 국제사회에 약속해버린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에서부터 배출권거래제 강행까지 떡본 김에 제사 지내듯 그대로 밀어붙이고 있다. 산업계가 반대하는 녹색정책 전반을 재점검해도 부족할 판에 국제기구를 주도해 녹색성장을 선도하겠다는 의욕만 넘쳐 흐른다. 미들파워끼리 힘을 합쳐 선진국으로 가자는 식이다. 정작 발을 빼야 할 상황이 되면 퇴로를 어떻게 찾을지 모르겠다. 다음 정권이 녹색성장을 그대로 이어받는다는 보장도 없고, GGGI가 얼마나 오래 존속될지도 미지수다. 나홀로식 녹색성장의 뒤탈은 누가 책임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