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대통령 선거를 치른 이집트가 다시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군사정부가 당선이 유력한 대선 후보에게 권한을 제한적으로 넘기겠다고 선언하면서 시민들은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84)은 혼수상태에 빠졌다.

AFP 등 외신들은 20일 “무바라크가 혼수상태에 빠져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다”며 “다만 임상적으로 사망했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보도했다. 무바라크는 전날 수감 중인 카이로 남부의 토라교도소 내 병원에서 심장마비와 뇌졸중 증세로 소생 시술을 받은 뒤 군 병원으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무바라크는 시민혁명에 밀려 지난해 2월 실각한 뒤 군부에 권력을 이양했다. 이후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했고 지난 2일 법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독재자의 사망이 임박했지만 이집트 정국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19일 수만명의 시민들이 카이로 타흐리르광장에서 반(反)군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대선에서 당선이 유력한 이슬람형제단의 모하메드 무르시 후보의 이름을 외치며 군부를 비판했다.

이집트 군사최고위원회(SCAF)는 17일 투표 직후 의회를 해산하고 군부가 입법권, 예산편성권, 군통수권을 갖는다는 내용의 임시 헌법을 발표했다. 대선 당선자는 21일 확정된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