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유로존] 심스 "유로존 통합으로 혜택 본 독일…이번 위기 해결위해 양보해야"
“독일은 유로존 통합으로 큰 혜택을 입은 국가다. 그런데 지금은 마치 아무런 대가도 없이 돈을 내놔야 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크리스토퍼 심스 프린스턴대 교수(70·사진)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 극복 방안에 대해 독일의 정책적 결단을 촉구하며 이같이 말했다. 심스 교수는 19일 서울대에서 열린 ‘2011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초청 학술대회’에 참석해 한국경제신문과 특별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는 사정이 다소 나아 보이지만 미국과 중국의 경제가 나빠지면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교수는 전날 10시간 넘는 비행에다 시차로 피로를 호소할 법도 했지만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 학술대회장을 꿋꿋이 지켰다. 1시간30분간 진행된 특강에서는 강단을 오가며 열정적인 강의를 진행했고 쏟아지는 질문에 하나도 빠짐없이 답하는 정성을 보였다.

▶그리스 총선 결과가 각국의 바람대로 나왔는데도 스페인 국채 금리가 사상 최고치를 깼다.

“스페인의 운명은 유로존 협상에 달려 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유럽연합(EU)이 지금까지 해온 것 이상의 조치를 준비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유로본드나 은행동맹 등 추가적인 방안이 구체화돼야 한다. 사실 앞으로 어찌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이런 불확실성으로 국채 금리가 높이 뛴 것이다.”

▶다음 재정위기 타깃은 프랑스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

“투자자들은 유럽 전체의 위기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프랑스도 예외일 수 없다.”

▶유로존의 붕괴 가능성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로존 모든 국가들이 퇴출되진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전체적으로 유로존 동맹은 견고하지 않다. 일부 유럽 국가들의 재정상태가 좋지 않아 위기가 확산될 공산이 크다. 이탈리아도 주시해야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교하면 어떤가.

“미국의 리먼브러더스 사태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그래서 준비도 못했다. 다행히 이번 위기는 다들 지켜보고 있고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할 수 있다.”

▶유럽 위기 극복에 있어 가장 큰 변수는.

“정치적인 메커니즘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아주 어렵다.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나라들이 함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유럽 위기에 대한 해법은.

“지금은 경제 문제가 아니다. 부채가 있어도 투자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다면 상관없다. 스페인의 위기는 투자자들의 ‘패닉’이 투매를 일으켜서 야기된 것이다.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려면 유럽 국가들이 재정정책을 지금보다 더 잘 조율하기 위한 조직체가 있어야 한다.”

▶독일이 희생해야 하는 건가.

“독일은 처음 유로존 통합 때 큰 수혜를 입었다. 그런데 지금은 마치 아무 대가도 없이 돈을 내놔야 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유로화 약세는 독일 제조업의 부흥을 이끌었다. 독일이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하고 스스로 양보해야 한다.”

▶한국 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견조한 편인데.

“맞다. 하지만 한국 경제는 수출 중심의 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미국, 중국 상황이 어려워진다면 한국 경제의 전망도 밝을 수만은 없다.”

▶한국에서도 균형재정이 이슈다.

“한 나라의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은 긴 흐름을 두고 봐야 하는 문제다. 지금 당장 한국 재정에 특별한 문제는 있는 것 같진 않다. 하지만 더 이상 국가부채를 늘리지 말고 개개인의 레버리지가 확대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미국 경제는 어떻게 보나.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의 최대 수출국인 유럽의 경기다. 유럽은 미국 경제의 새로운 위기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가 유럽 사태에 주목하는 이유다.”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확실치 않다.”

심스 교수는 재정적 물가이론 창시자…작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크리스토퍼 심스 프린스턴대 교수(70)는 계량경제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지난해에는 토머스 사전트 미국 뉴욕대 교수와 공동으로 경제정책 수단과 거시변수의 인과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한 공로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1968년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딴 뒤 하버드대 미네소타대 예일대를 거쳐 1999년부터 프린스턴대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계량경제와 거시경제이론 및 정책 분야에서 중요한 논문을 다수 발표했다. 특히 금리 인상 등 경제정책과 여타 변수들의 일시적인 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데 이용되는 벡터자기회기(VAR·Vector Autoregression) 모형을 개발해 전통적 계량경제학의 선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연구 업적은 2008년 이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해 각종 재정 및 통화정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재차 주목받았다.

심스 교수는 또 ‘재정적 물가이론’의 실질적인 창시자다. ‘재정적 물가이론’은 금리 조절과 같은 통화정책을 통해 물가 안정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전통적 경제이론과 달리 재정정책의 안정적 운용도 물가 안정에 매우 중요한 변수라고 주장한다.

서정환/박신영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