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2차 총선이 긴축 및 구제금융을 지지하는 신민주당의 승리로 끝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시 미국 중앙은행(Fed)에 집중되고 있다.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둔화된 데다 그리스 총선이 금융시장의 불안을 잠재우지 못하자 Fed가 추가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Fed가 2008년 말 이후 유지해온 제로금리 정책의 혜택을 신용등급이 높은 부유층만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3차 양적완화(QE3)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하방 리스크 여전하다”

Fed는 19~20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의원회(FOMC)회의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부터 꾸준히 하락하던 실업률이 4월 8.1%에서 5월 8.2%로 상승 반전하는 등 경기 회복세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상황도 Fed가 조치를 취할 것이란 기대를 높이고 있다. 17일 그리스 2차 총선에서 신민주당이 승리하면서 당장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할 것이란 우려는 수면 밑으로 잠복했다. 하지만 18일 스페인 10년물 국채 금리가 7% 위로 치솟는 등 유럽 재정위기는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고 시장은 보고 있다. 이날 S&P500 지수는 0.14% 상승하는 데 그쳤고 다우존스지수는 오히려 0.20% 하락했다.

이에 따라 Fed 안팎에서는 추가 경기부양책의 필요성이 계속 거론되고 있다. 재닛 옐런 Fed 부의장과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은행 총재는 최근 “경기의 하방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면서 “Fed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JP모건 등 일부 금융회사들은 Fed가 이달 종료되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단기 국채를 내다 판 돈으로 장기 국채를 사들여 장기 금리를 낮추는 정책)를 연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더 나아가 모기지 채권을 사들여 시중에 돈을 푸는 3차 양적완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제로금리 정책 부유층에만 혜택”

기존 Fed의 제로금리 정책에 대한 비판이 나온 것도 추가 조치를 바라는 시장의 목소리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2009년 1월부터 유지해온 제로금리 정책이 경기 부양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소득 불균형이 아닌 신용 불균형에 발목이 잡혀 미국 경기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저금리 정책의 혜택이 대출이 필요한 저신용 계층에 돌아가지 않고 대출이 필요 없는 상위 신용등급자들에게만 돌아가고 있다는 것. 신용조사회사인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집행된 모기지 대출의 90%는 신용등급이 높은 계층이 받아갔다. 금융위기 당시 부실대출로 곤욕을 치렀던 은행들이 대출 기준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도널드 콘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전 Fed 부의장)은 “제로금리로 경기 둔화에 대응하는 것은 효과가 없고 불확실하다”며 “그들이 (3차 양적완화 등) 행동에 나설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