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빠진 조영남 "일·놀이가 곧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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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부터 한경갤러리서 미술 인생 50년 회고전
화투·바둑 등 소재로 한국적 팝아트 개척
화투·바둑 등 소재로 한국적 팝아트 개척
조영남 씨(67)는 문화계 마당발이다. 가수와 화가 활동을 병행해 ‘화수(畵手)’로도 통한다. 서울대에서 성악을 전공한 조씨는 체계적인 미술 공부를 한 적이 없지만 미술에 대한 조예가 남다르다.
서울 용문고 재학시절 미술부장을 맡아 처음 붓을 들기 시작한 그는 근 50년 동안 음악과 함께 독학으로 화가의 길을 걸어왔다. 1976년 인사동에서 첫 개인전을 연 후 국내외에서 30여차례 전시회를 가졌다. 2006년 7월에는 《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미술》이라는 미술안내서를 내기도 했다.
그가 가수, MC 활동 틈틈이 구축한 미술 인생 50년을 기념,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로비의 한경갤러리에서 18일부터 30일까지 개인전을 펼친다. ‘조영남 아트스토리-항상 영광’이다.
그는 “음악과 미술의 경계에서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아티스트 백남준을 비롯해 마르셀 뒤샹, 로버트 라우션버그, 앤디 워홀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업을 탐구하며 ‘팝아트의 꽃’을 피우려고 한다”며 “한국인이 즐기는 화투, 낚시, 바둑 등 평범한 놀이에 숨겨진 미학적 가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음악과 미술을 접목한 ‘아트 뮤직’ 시리즈를 비롯 ‘태극기’ ‘가족’ 시리즈, 콜라주 등 30여점을 건다. ‘예술을 위한 예술’의 통념을 깨뜨리고 대중미술 개념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다.
그는 “창작의 길은 멀고도 험하지만 많은 관람객들이 쉽고 재미있게 다가가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며 “최근에는 음악보다 휠씬 강도 높은 열정으로 그림을 그리며 한국적인 팝아트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돈이 없어 그림을 배우지 못했어요. 하지만 1976년 미국 유학시절 그림에 대한 열정을 숨기지 못해 붓을 들었습니다. 처음엔 현대미술이 난해하고 이해하기 힘들더군요. 어떻게 하면 쉽고 눈길도 끌까 고민하다가 늘 주변에 있던 대상을 노렸죠. 난 재미 없으면 안하는 성격인데 미술은 재미가 있더군요.”
그는 ‘재미 아트’란 측면에서 미술에 접근한다. 그의 의식 속에는 삶, 일, 재미, 놀이가 하나로 공생한다. 그가 ‘난해한 현대미술 작품’을 거부하고 “예술은 곧 재미이며 모든 이가 예술가”라고 주장한 것도 ‘예술과 재미의 일치’를 평생 추구한 행동주의자로서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뒤샹과 워홀이 통상적인 예술에 대한 반(反)개념으로 ‘레디 메이드(기성품)’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면 저는 많은 사람이 즐기는 놀이와 일, 삶의 편린을 미술에 편입시킵니다.” 예술이 예술이라는 제한된 영역에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사회 각 영역 간 상호 소통 및 순환이 이뤄져야 그 존립가치가 있다는 얘기다.
그림 소재 역시 화투 바둑 바구니 코르크 태극기 대바구니 등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대상을 활용해 독창적인 미감을 살려낸다. 가령 붉은 띠를 두른 화투의 흙싸리를 활용해 예수의 계시를 녹여냈고, 화투 꽃무늬를 활용해 화병도 그렸다. 화투를 싣고 달리는 황소와 말 그림은 이중섭의 작품 ‘길 떠나는 가족’을 패러디해 가족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우리의 전통놀이가 아니라 19세기 일본에서 전해진 화투를 주 소재로 활용한 이유가 궁금했다.
“비, 광, 흑싸리, 청단, 홍단 등 화투 이미지에 우리 사회의 희망을 패러디해 보고 싶었던 거죠.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화투를 좋아한다고 생각을 했고요. 일본의 놀이 기구인데 밤을 새워가며 즐기는 한국인의 이중성이 매우 흥미롭기도 했어요.”
그는 팝아트라는 미술 장르를 선택한 것에 대해 “생태적으로 ‘파퓰러(popular)’ 가수이니까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조씨는 최근 들어 ‘가족’을 화제로 쓰고 있다. “아무래도 우리가 선천적으로 가족이 아닌 만큼 정치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아웅다웅하지 않습니까. 우리 민족은 모든 사람들을 가족적인 마음으로 대하는 데 익숙해져 있죠. 불현듯 내가 꿈꾸는 가족의 모양을 직접 시도해 본 겁니다. 제일 부러운 건 피카소 가족이에요.”
예술이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풍요롭게 한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그림은 어떤 영감을 받고 작업하는 게 아니라 낚시하는 사람들과 똑같이 작업한다”고 강조했다. “이것을 그려야겠다고 보면 잉어도 나오고, 붕어도 나오죠. 그렇게 낚시하듯 그린 게 1000점이 넘습니다.” (02)360-4114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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