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이 호전될 기미를 보이면서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수주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월 말 엘피다를 파산으로 몰아넣은 ‘공급 과잉’ 현상이 진정되면서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증설을 서두르고 있어서다. 증권가에서는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에 들어가는 모바일D램과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시장은 이미 공급 부족 상태에 빠진 만큼 이들 제품과 관련된 장비 업체들의 ‘수주 풍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장비 수주에 주가도 반응

반도체 전공정 장비업체인 테스는 14일 SK하이닉스에 52억원 상당의 반도체 제조 장비를 공급한다고 공시했다. 앞서 테크윙은 12~13일 샌디스크 및 마이크론으로부터 108억원짜리 메모리 반도체 검사장비 계약을 따냈다. 디아이 역시 최근 대만 파워테크 및 삼성전자와 195억원 상당의 반도체 검사장비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 밖에 에스티아이(삼성전자 62억원) 유진테크(SK하이닉스 133억원) 알파칩스(텔레칩스 22억원) 등도 각각 ‘한건’씩 올렸다.

잇따른 수주에 관련 주식도 상승세를 탔다. 테스는 7일 연속 상승해 총 7.9% 올랐고, 테크윙도 7일간 11.4%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시스템반도체 개발업체인 알파칩스는 지난 7일 삼성전자가 화성캠퍼스에 2조2500억원을 투입해 시스템반도체 라인을 건설한다고 발표한 직후부터 오르기 시작해 7일 동안 70.3% 상승했다.

증권가에선 스마트폰과 태블릿PC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이와 관련된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수혜를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모바일 기기에 주로 들어가는 모바일D램, 낸드플래시, 시스템반도체 관련 업체들이 PC용 D램 및 후공정 관련 업체들보다 한결 나은 성적을 낼 것이란 얘기다. 전력을 최대한 아껴야 하는 모바일 기기의 특성상 미세공정에 필요한 장비업체들도 성장이 예상된다.

네패스 테라세미콘 유진테크 국제엘렉트릭 원익머트리얼즈 등이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힌다.

○증설 모멘텀 이어지나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설비 투자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스템반도체와 휴대폰 등에 들어가는 모바일D램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빠르면 다음달부터 PC용 D램 및 낸드플래시도 공급 부족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생산량은 수요의 7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인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메모리 라인을 비메모리로 전환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메모리도 공급 부족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부지가 확보되는 대로 추가 증설에 나서고 SK하이닉스는 기존 설비를 교체하는 등 보완투자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이런 점을 감안해 전 세계 반도체 전공정(팹) 장비 투자가 내년에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을 13일 내놓았다. 올해 투자액(395억달러)은 작년보다 2% 증가하는 데 그치겠지만, 내년(463억달러)에는 17%나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SEMI는 특히 우리나라가 올해(110억달러)와 내년(125억달러) 모두 팹 장비 최대 투자국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근해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술 유출 등을 막기 위해 설계 단계부터 협력업체들과 손발을 맞춘다”며 “그런 만큼 두 회사가 증설 또는 보완투자에 나설 경우 그 수혜는 상당 부분 국내 장비업체에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근호/오상헌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