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활성화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빠지질 않는다. 침체된 주택거래를 살리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DTI를 높이면 더 많은 대출을 받게 돼 수요도 확대될 것이란 얘기다. 그동안의 부동산대책이 별 효과가 없는 것도 DTI 규제완화가 빠진 탓이라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대출 제도가 엄격한 것은 사실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외에 금융감독당국이 대출비율을 정하는 DTI 규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중국 홍콩 싱가포르 정도밖에 안 된다. 물론 미국과 일본은 은행권도 자율적으로 DTI 규제를 시행한다. 그렇다고 우리 DTI 규제가 이들 나라보다 심한 것은 아니다. 현재 DTI는 서울은 50%, 서울 제외 수도권은 60%이며 지방은 적용받지 않는다. 외국 공공 주택금융기관들의 DTI는 이보다 낮다. 주택산업연구원이 2011년 IMF 보고서를 인용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이 36~45%(패니메이 기준), 일본은 30%와 35%(JHF)다. 우리나라의 실제 DTI가 지난해 말 평균 39% 수준이라는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를 감안해도 우리가 소득에 비해 너무 적게 대출해준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출을 많이 해준다고 해서 집을 사려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보장도 없다.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대기수요자들이 훨씬 많다. 집을 팔려는 사람은 가격을 더 안 내리고 살 사람은 더 내리기를 기다리는 눈높이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섣불리 DTI에 손을 댔다가는 또 다른 거품을 만들 가능성만 커진다. 그렇지 않아도 가계부채가 1000조원이다. 어제 대한상의는 우리나라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2010년 기준 81%로 위기에 빠진 그리스(61%)는 물론 OECD 평균치(73%)보다 높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등골이 서늘하다. 대출을 오히려 더 죄어야 할 판이다. 경기가 살아나고 경제가 잘 돌아가야 부동산 문제도 풀린다. 거품이여 영원하라는 식으로는 경제를 살릴 수 없다. 오히려 임대사업 육성책이나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원칙에도 맞고 시장도 살릴 것이다. 거품을 대책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