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6월14일 오전 11시31분 보도

사조그룹의 비상장 계열사인 사조인터내셔널이 지주회사 격인 사조산업 지분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63·사진)의 장남 지홍씨(35)가 사조인터내셔널을 통해 그룹의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홍씨는 사조인터내셔널의 최대주주로 고(故) 주인용 창업자의 손자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사조인터내셔널은 올 들어 사조산업 주식을 총 20만3590주(4.07%) 취득했다. 지난해 말 2.11%에 그쳤던 사조인터내셔널의 지분율은 6.18%로 높아졌다. 사조인터내셔널은 올 2월부터 사조산업 주식을 장내에서 꾸준히 매입해 왔으며 지난 11일에는 사조오양이 보유하고 있던 10만2160주를 시간외거래를 통해 사들였다.

사조오양으로부터 주당 5만3900원에 매입한 것을 비롯해 매입 당시 취득가를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사조인터내셔널이 올 들어 사조산업 지분 늘리기에 투입한 돈은 100억원에 달한다. 사조인터내셔널이 작년 영업이익 12억원의 8배가 넘는 자금을 지난 5개월 동안 사조산업 주식 매입에 쓴 셈이다.

사조산업은 사조해표(22.31%) 사조대림(35.41%) 사조인터내셔널(13.29%) 캐슬렉스서울(79.5%) 사조바이오피드(25%) 등 대다수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사조산업은 상장을 앞둔 사조씨푸드에 대해서도 지분 99.99%(공모 후 6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사실상 그룹의 지주회사 위치에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조인터내셔널이 사조산업에 대한 지분을 확대함에 따라 사조인터내셔널 지분 43.42%를 보유한 지홍씨의 그룹 지배권도 자연스럽게 강화되고 있다. 지홍씨는 사조해표와 사조대림 기획부장을 겸직하면서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조인터내셔널은 원양어선에 각종 식재와 미끼용 생선 등을 공급하고 외국인 선원을 관리하는 회사로, 계열사 의존도가 높은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사조인터내셔널은 지난해 11월 사조해표 보유주식 22만5080주(3.14%) 전량을 장내에서 매도, 40억원의 실탄을 마련했다.

사조그룹의 또 다른 비상장 계열사 중 하나인 사조시스템즈의 행보도 주목할 만 하다. 사조시스템즈는 주진우 회장의 차남 제홍씨(31)가 지분 51%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다. 사조시스템즈는 지난 4월과 지난달 장내에서 사조오양 주식 1만6300주(0.38%)를 취득해 지분율을 9.92%로 늘렸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사조그룹은 사업지주사 격인 사조산업을 중심으로 계열사 간 복잡한 상호출자 관계에 있다”며 “장남과 차남의 후계구도를 강화하기 위한 계열사들의 지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