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부류의 다른 것들과 구별하고 식별하기 위한 표식’이라는 가장 근원적이면서 1차원적인 시점에서의 브랜드 정의로 보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명은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왜 국가의 이름을, 다시 말해 브랜드를 만들려고 했을까.

#땅 이름, 지역 브랜드

국가라는 단위가 생기기 이전부터 사람들은 특정 지역에 대해 이름을 붙여 불렀다. 그 출발은 위에서 본 브랜드의 가장 밑바탕의 정의와 같은 어느 지방을 다른 곳과 구분해 지칭해야 할 물리적인 필요에서였다. 편의성에 있어서도 그렇다. 예를 들어 ‘남쪽과 북쪽에서 온 강물 두 줄기가 합쳐지는 곳’에서 왔다고 매번 번거롭게 얘기하는 것보다는 ‘두물머리’라고 가볍게 부르는 것이 훨씬 간편하고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땅 이름으로서의 지역 브랜드는 해당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보다는 그곳 주변에 살면서 그 지역을 일컬어야 하는 외부인들이 만들었을 가능성이 더 높다. 실제 이름을 붙이는 데는 해당 지역의 사람들이 설명하는 그 지역의 특성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다른 지역과 구별할 수 있는 대목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았다.

#국가 브랜드의 시작

국가 브랜드라는 것도 시작은 지역 브랜드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을 것이다. 중국의 역사 기록에서 일본을 가리켜 ‘해 뜨는 곳’이라고 한 것은 동쪽이라는 단순한 지리적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중국의 동북부 만주를 포함한 고구려 지역과 한반도까지를 통틀어서 ‘동쪽의 활을 잘 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란 의미로 부쳐진 ‘동이(東夷)’는 동서남북과 같은 단순한 지역 방위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지역 내부의 특성을 담았다. 단순하게 식별하기 위한 쓰임새이기는 하지만, 그 지역과 관련된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이미지나 경험이 덧붙여진 것을 알 수 있다.

‘브랜드는 판매자가 자신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식별하기 위해 사용되는 문자, 심벌, 단서, 의장’이라는 첫 번째 정의에서 ‘제품에 대해 갖는 이미지나 경험과 연상의 집합체’란 인식과 관련된 대목이 첨가돼 국가 브랜드에 적용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색적 요소를 브랜드로

지리적인 특성 이외에 그 지역의 특징을 반영하는 데는 취사선택의 주관적인 공정을 거치게 된다. 물론 지리적인 특성에도 여러 가지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해당 지역 사람들의 이색적인 모습이나 가장 눈에 띄는 요소를 선택해 이름을 붙이는 과정과 비교하면 그래도 지리적 특성은 선택의 여지가 적다. 중국인들이 ‘동이’라는 명칭을 붙일 당시에는 활쏘기가 아주 중요했다. 당연히 좋은 활을 만들고 활쏘기를 잘하는 모습이 중국인들의 관심을 모을 수밖에 없었고, 급기야는 지역의 이름으로까지 연결됐을 것이다.

대부분 작은 지역들의 집합체는 국가가 된다. 백과사전에서 국가는 ‘일정한 영토와 거기에 사는 사람들로 구성되고, 주권(主權)에 의한 하나의 통치 조직을 갖고 있는 사회 집단’이라고 표현된 대로 ‘조직’과 ‘사회’라는 측면이 강조된다. 인위적인 시스템과 질서가 잡혀 있어야 한다.

그래서 국가는 외부보다는 내부 구성원들이 직접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 왜 국가라는 형태로 지역들이 연합을 하게 됐고, 어떤 바뀐 시스템이 부가됐는지, 특징이 무엇인지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인정받으려 한다는 것이다.

#국가 구성원들의 의지를 담다

이 단계에서부터 국가 구성원들의 의지가 담기기 시작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의지를 담아서 자신을 외치는 이 측면에서 국가 브랜드를 포함한 현대적인 의미에서의 브랜드의 중요성이 크게 대두된다. 곧 브랜드의 세 번째 정의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여기서 나타나는데,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정의할 수 있게 하는 렌즈’가 브랜드인 것이다. 이런 의지들은 먼저 국가의 이름에 반영됐다. 고려는 국가 이름을 통해 자신들이 신라가 아닌 고구려의 맥을 잇고 있음을 명확히 했다. 그리고 이는 고려 태조 왕건의 ‘훈요십조’를 포함한 고려의 기본 정책 방향에 반영됐다.

그렇다면 이름만 지었다고 브랜드가 만들어지는 걸까. 물론 아니다. 그 이름에 의미를 담아야 한다. 여기에는 구성원들의 합의나 동의와 학습이 필수적이고, 그것을 모두에게 알려야 한다. 그럼으로써 주변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게 되고, 그들이 갖게 되는 인식과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국가 이미지 만들기

국가의 이름은 의미를 담는 틀로 존재하고, 국가 브랜드는 의미 자체가 된다. 국가로서 존재해야 할 목적이자 그것이 가능하도록 이끄는 도구가 되는 것이다. 이 의미는 여러 가지 요소에서 추출될 수 있고, 실제로 여러 가지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를 예로 든다면 ‘고요한 아침의 나라(Land of Morning Calm)’로 나라 이름으로부터 푼 경우도 있었고, 지리적 특성인 자연경관으로부터 ‘금수강산’ 혹은 ‘삼천리’라고 일컫기도 했다. 민족의 옷 입는 풍습에서 ‘백의민족’이라는 식으로 지칭되기도 했다. 이들은 나름대로 서로 연계되기도 하지만, 대체로 분산된 이미지를 외부인들이 형성하게 만들기 쉽다.

국가는 기업이나 제품보다 복잡한 조직이다. 정부가 있기는 하지만 외부인들이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미치는 요소 중 정부가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무리 전체주의 독재국가라고 하더라도 기업에 비해서는 현저히 적을 수밖에 없다. 거꾸로 보면 구성요소들이 각개약진 식으로 산발적인 이미지를 심게 될 확률이 훨씬 높다. 이 점에서 정부는 국가의 이미지가 전개되는 한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브랜드의 네 번째 정의와 맞닿아 있다.

#한 마디로 표현해봐!

흔히 가장 간단한 브랜드의 정의로 ‘자신을 정의하는 한 단어 또는 한 마디’를 얘기하곤 한다. 사실 그런 한 마디가 지금 슬로건 형태로 여러 나라 국가 브랜드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인도의 ‘Incredible’이 대표적인 경우다. 인도는 부정적으로건 긍정적으로건 사람들을 놀라게 할 요소를 매우 많이 갖고 있다. 그 모든 것을 감탄사 형식의 ‘Incredible’에 담아 날려보내고 다르게 인식하도록 만든 것이 국가 브랜드의 힘이다.

호주도 비슷한 경우다. ‘A Different Light’란 슬로건으로 호주에서 맞는 햇빛을 뭔가 색다른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이는 햇빛뿐만 아니라 호주와 관계된 모든 것을 사람들이 다른 국가에서의 것들과는 다르게 받아들이도록 기대감을 주고, 실제로 그렇게 느끼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브랜드의 정의는 경쟁자와 다르게 ‘한 단어와 표식들로 나를 인식시키고, 그로부터 나오는 연상과 나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들의 집합’이다.

정리=이주영 한경아카데미 연구원 opeia@hankyung.com




박재항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 jaehangpark@innocean.com>

△서울대 동양사학과, 뉴욕대 MBA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장, 제일기획 어카운트플래닝 팀장, 제일기획 미주법인 어카운트플래닝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