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을 일과 사랑에 빠지게 하라
업무선택·의사 결정권 가진 직원은 오히려 자신의 명예를 걸고 회사위해 더 열심히 일해
기업들의 경쟁이 전쟁에 비유될 만큼 치열해지면서 전문가들도 역설적으로 사랑과 로맨스를 이야기한다. 기업들이 시장점유율을 놓고 싸우는 동안 막상 고객들은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사랑을 잃어가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경쟁회사의 전략이 아닌 고객 자체에 관심을 두고 고객의 사랑을 되찾으려는 기업들이 경쟁에서도 살아남는다고 한다.
기업이 제아무리 노력을 한들 소비자가 제품과 사랑에 빠지겠냐고 하는 분도 있겠지만, 세상에는 소비자를 사랑에 빠뜨리는 상품도 의외로 많다. 모터사이클 마니아 중에는 호그(HOG·Harley-Davidson Owner Group)라는 조직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있다. 할리데이비슨 애호가인 호그 멤버들은 자발적으로 모여 모터사이클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함께 여행을 다닌다. 이 정도는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는 애플 제품만 고집하는 소비자나 특정 브랜드의 가방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종종 볼 수 있다.
고객의 사랑을 불러 일으킬 만한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할까. 할 일이 많겠지만, 무엇보다도 직원들이 자신의 일과 사랑에 빠지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직원이 자신의 일을 선택하게 하라
구글은 사업 초기에 직원 모집을 위해 옥외광고를 냈는데, 일반인들은 간판의 내용을 이해조차 하지 못했다. 광고 내용은 자연상수 e의 첫 10자리 소수를 주소로 하는 웹사이트를 찾아오라는 문제였다. 수학에 관심을 가진 지원자가 이 간판이 시키는 대로 문제를 풀어 가면 접속한 사이트에는 또다시 수학문제를 포함한 입사문제가 있는 사이트를 만나게 돼 있다. 이처럼 특이한 채용 방식은 수학과 논리에 흥미를 느끼는 지원자를 찾기 위한 구글의 창의적 방법이었다. 실제로 구글에 입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수학, 컴퓨터공학 등을 전공했으며, 몇 시간이고 프로그래밍에 매달려도 지치지 않는 IT 전문가들이다. 일에 대한 이들의 열정을 유지하기 위해 구글은 직원들이 스스로 자기 업무를 정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20% 룰’이라고 알려진 시간관리 방법이다. 근무시간의 20%를 자신이 원하는 업무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얼핏 보면 명백한 인력 및 시간 낭비처럼 보이지만, 구글의 새로운 서비스 중 절반 이상이 20% 룰을 통해 탄생했다는 말을 듣고 나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직원들이 내적동기에 끌려 자발적으로 일하는 과정에서 샘솟은 아이디어가 구글의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직원들에게 의사결정권을 주어라
리츠칼튼호텔은 직원들에게 최대 2000달러 내에서 고객에게 환불할 수 있는 결정권을 주고 있다.
비슷한 개인 경험을 들어 설명해 보겠다. 지인이 한 고급 식당에서 와인을 주문했었다. 일행 중 장난스런 사람이 와인 맛이 이상하다며 직원에게 농을 걸었다. 그러자 곧 소믈리에가 찾아왔다. 그는 고객이 원하면 기꺼이 새것으로 바꾸어 줄 뿐 아니라, 사과의 의미로 한 병을 더 드리겠다고 했다. 다만 자신이 추천한 와인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맛을 보고 싶다고 요청했다. 소믈리에는 진지한 모습으로 와인 잔을 채우더니 몇 번이고 맛을 보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추천한 와인이 상했을 리가 없다는 눈치였다. 급기야 일행은 소믈리에에게 괜한 투정이었으니 잊어도 된다는 말로 사태를 마무리했다.
그 소믈리에는 와인 값을 아까워했던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서비스에 대한 자부심 때문에 그렇게 심각했던 것이다. 이처럼 직원에게 자율권을 맡기면 직원들은 오히려 자신의 명예를 걸고 더 엄격하게 일하는 경향이 생긴다.
이처럼 직원에게 자율권을 주면 자신을 믿어준 회사를 위해 신중하게 일하는 직원이 늘어나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
직원에게 업무 선택의 자유를 주거나 의사결정의 자율권을 주는 것은 기존의 조직관리 관행과 정반대여서 쉽게 수용하기 어렵다. 하지만 성숙한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고 자신하는 조직이라면 시도해 볼 만한 일이다. 이런 관행이 안착한다면 조직 내에 신뢰와 고성과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성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