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둥성 칭다오시에 있는 한국 신신상사의 공장출입문을 이 지역 촌(村·최하위 행정구역단위) 정부가 봉쇄, 회사의 정상적인 경영이 큰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한다. 축구공 등 스포츠 용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이다. 이 회사는 1991년 현지 진출 당시 50년간 토지를 빌리기로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지난해 법개정으로 토지임차계약이 무효가 됐고 따라서 공장을 봉쇄한다는 것이 촌정부 주장이라고 한다. 물론 속셈은 이 회사를 내보내고 지역을 재개발 하겠다는 데 있다. 칭다오시 등 상급정부도 이런 불법적 행위에 눈을 감고 있다.

법과 제도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제멋대로 집행하는 게 중국에서 드문 일은 아니다. 개정된 법을 이전 행위에 소급적용하는 것은 분명 억지다. 한경 보도에 따르면 촌정부는 더구나 한국 회사의 임대료 납부를 교묘하게 거부한 다음 이번에는 임대료를 연체했다는 이유로 공장 봉쇄를 정당화하는 식이라는 것이다. 법치주의는 간 곳이 없고 조폭이나 고리대금업자 같은 원초적 폭력을 행사하는 상황이다. 중국에서 기업을 한다는 것은 이렇게 보이지 않는 함정과도 싸워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공장을 정리하려고 해도 맘대로 하기 어려운 게 중국이다. 영업이익 발생 후 2년간 법인세를 100% 면제하고, 그 뒤 3년간 50%를 감면토록 한 소위 ‘2면3감’의 혜택도 청산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부채로 돌변한다.

세금이나 임금은 물론 심지어 수도와 전기를 싸게 사용한 것까지 모조리 환급해야 한다. 외자기업법과 회사법 등 관련법에 규정된 청산조건도 다르고 공무원들의 고의 태업으로 실제 기업을 철수하는 데는 평균 3년 이상 걸린다는 게 정설이다. 경영이 악화돼 청산을 결심한 회사가 3년을 버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외국회사의 기업주가 야반도주를 하거나 헐값에 회사를 팔아치우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차이나 리스크’란 말은 중국의 자의적인 법해석과 행정만능 현상에 다름아니다. 개별 기업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문제라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 한·중 투자협정을 명확하게 손보고, 분명하게 문제 삼고 장차의 FTA에서는 엄정한 ISD조항을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