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인터넷 미디어 한경닷컴, TV리포트, 스타뉴스, 한국편집기자협회, 한국아나운서연합회 등은 자살방지를 위한 '함께 사는 아름다운 한국'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우리 국민을 자살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희망과 사랑이 넘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 캠페인은 미스코리아 모임 녹원회가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금주 인터뷰에는 자살예방협회 상담가이자 JYP엔터테인먼트 정신과 주치의인 유은정 박사가 참여했다. <편집자주>




-우리나라 자살율이 높은 이유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OECD 국가 대부분이 2000년 이후 자살율의 감소를 보이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일본, 멕시코 등과 함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09년에는 10만 명당 자살률이 31명으로, 그동안 자살율이 높았던 헝가리나 일본보다 더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우울증 치료가 늦어지는 이유 역시 중요한 원인이다. 한국인들의 특성을 분석해보면,

첫째, 한국인들은 몸이 아픈 것은 괜찮지만, 정신이 아픈 것은 의지가 약하기 때문이라는 전제조건을 가지고 있다. 자기 절제와 조절이 되지 않는 수치스러운 질환이기 때문에 병원에서 도움을 받는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우울증은 의지가 약해서 나타나는 마음의 병이 아니라, 신경전달물질의 변화가 이미 일어나서 신체적인 증상들을 동반하는 몸의 병인데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홍보와 교육은 터무니 없이 부족해보인다.

둘째, 한국인들의 정서에 상당부분 '한'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데, ‘한’에 대한 해결책은 병원이나 약물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정서에는 신바람 문화도 있고, 함께 응집되는 집단문화의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 중 ‘한’이라는 감정은 슬픔을 승화시키고 즐기면서 풀어야 하는 것이지, 지식으로 접근하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영역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셋째, 빠른 경제적 성장으로 인해 바쁘게 사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려서 ‘쉬는 법’을 잊어버렸다. ‘쉬는 날 모하세요?‘라는 질문을 보자. 쉬는 날은 쉬는 것인데, 우리들은 항상 ‘무엇을 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바쁘게 살려는 강박사고에 빠져있다. 성취위주의 평가 역시 스트레스 탈진과 우울증, 만성피로로 국민건강을 해치고 있다.

넷째, 외면에 치중하는 문화는 내면의 가치를 무시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외모 콤플렉스를 낳고 남과 비교하게 되면서 성형수술을 위해 몇백만원을 쉽게 지불하지만, 상담치료는 친구와 술한잔 마시면서 대화하면 해결되는 것인데 왜 돈을 써야 하는가라고 생각한다. 상담의 대부분이 여성들은 점집, 찜질방, 사우나, 네일샵, 피부관리실에서 해결하고 있고, 남성들은 술자리, 바, 유흥업소, 아가씨 문화에서 도움을 받고 있는 셈이다.

다섯째, 정신과 진료와 상담소의 현주소가 일반인들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투약 위주의 정신과 진료로 정신과에 가면 정신과 약을 먹여서 중독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고, 전문화되지 않은 상담소에서의 경험 역시 한몫을 하지 않았을까. 차라리 혼자 알아서 해결하거나, 교회나 절에 가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가 되어 버렸다. 정신과 진료를 하면 보험적용을 해야 하고, 사보험에 가입 등 불이익과 편견이 두려워서 쉽게 접하지 못한다.

여섯째, 미디어를 통해 보여지는 유명인의 자살 관련 보도가 사회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력을 갖는다는 것도 문제중 하나다.


- 자살을 택한 연예인의 소식을 들었을때의 심경은

최진실 자살 이후 정신과 상담 환자분들이 늘어났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그 파장은 컸다.

모방자살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나도 최진실처럼 죽고 싶다. 조용히 잠들게 해달라'는 환자분들의 이야기가 많았다.

연예인이라는 특수 직업 때문에 ‘우울증’치료를 더욱 받지 못했을 것이고, 연예인 자살예방협회 상담가로 일하면서 연기자 또는 가수 지망생들의 스트레스가 일반인들에 비해 더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감수성이 풍부한데다가 직업적, 경제적 안정이 없고, 생활이 불규칙하며, 자신의 꿈과 이상은 높고, 현실이 따라오지 못할 때 좌절감 역시 상당하다. 외부의 이목도 신경을 써야 하고, 자신의 힘든 부분을 나누기에는 친구가 없고, 주변사람의 이해가 부족하다라는 점이다.

연예인들은 공인의 특성상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데 이들의 삶자체가 굴곡이 심하고 직업이 안정되지 않으며, 정서적으로 민감하고 즉흥적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자살예방협회에서는 대중문화예술인(연예인)들을 위한 상담을 마련해서 협력하게 됐다.


- 자살 방지를 위해 개인과 사회가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9월10일은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이다. 자살예방협회는 국가적 사업이 되어버렸다.

우리나는 인구 10만명 당 자살사망자가 28.4명으로 OECD 가입 33개 국자 중 1위. 자살에 대해 교육과 예방이 절실한 상태이다. 세계의 수많은 자살방지 협회와 기관들이 공통적으로 밝히고 있는 '자살에 대한 근거 없는 생각들을 정리해보았다.

① 자살자는 유서를 남긴다? No.

유서를 남기는 경우는 12~20%에 불과하다.

② 자살하는 사람은 다름 사람들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는다? No.

자살자의 10명 중 8명은 자신의 의도에 대해 뚜렷한 단서를 남기는데, 이는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없는 외침과도 같다.

③ 자살을 자기 입으로 말하는 사람은 그저 관심을 끌려는 것일 뿐이다? No.

현재 자신의 상황과 심경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고 자살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자살을 시도하기 앞서 주변에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일반적.

④ 이미 자살을 결심한 사람은 말릴 방법이 없다? No.

오랜 기간 동안 우울감과 심리적 고통을 겪어 왔더라도 실제적으로 자살을 결심하게 되는 것은 순간적인 판단이나 짧은 기간에 걸쳐 이루어 질 수도 있다. 또 이는 반복적으로 계속 될 수도 있으므로 제때 감정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⑤ 당사자의 상태가 개선되면 위험은 지난간 것? No.

많은 사람이 심각한 우울상태가 개선되기 시작한 지 몇 개월 내에 자살을 시도한다.
이때는 자살 충동을 실행에 옮길 에너지가 있는 시기이기 때문.

⑥ 자살을 한 번 시도한 사람은 다시 시도할 가능성이 낮다? No.

자살자 중 80%는 이미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다.

⑦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가?" 라고 물어보면 충동을 조장할 수 있다? No.

자살에 대한 이야기를 자꾸 나누어야 한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은 이미 자살에 대해 고려한 경험이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걱정시키거나 겁먹게 하고 싶지 않아서 자신들의 상태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 당사자가 갖고 있는 자살에 대한 고민에 대해 언급하며 직접적인 대화를 시도하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고, 자살 이외의 대안을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진다.

⑧ 자살에 실패했다는 것은 정말로 죽고 싶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No.

가끔 자살시도를 '쇼'라고 생각하거나 일종의 관심 끌기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자살 방법에 대해 순진한 생각이다. 자살 방법보다는 자살을 시도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자살예방협회에서 진행했던 세미나에서도 강조한 것은 자살자들은 항상 자신의 심경을 알린다는 것이다. 전조증상을 놓친 주변 사람들은 화가 나기도 하고, 죄책감에 빠지기도 한다. 우리가 자살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이해를 가지고 있다면 주변에서 일어나는 자살을 막을 수 있다.

정신과의사를 하면서 지금까지 2명의 자살에 성공한 환자가 있었다. 그들의 얼굴과 이름은 지금까지 기억이 난다. 공통된 특징은 정신과에서 진료를 받는 힘든 시기 동안은 자살에 성공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병이 완화되어 이제 살만하면 자살시도를 하고, 정말 치명적인 방법.예를 들어, 폭포에서 뛰어내린다든지..하는 방법으로 죽음을 선택한다. 죽음의 소식을 듣는 나는 사실 너무 충격을 받게 되고, 며칠 동안 가족의 죽음을 맞은 것처럼 후유증을 앓는다.

많이 좋아졌는데 왜 이제 와서 자살을 했을까. 그사람의 심정을 자꾸 생각해보게 된다.

정신과의사로써의 자괴감 역시 크다. 내가 무슨 처방을 잘못했는가. 혹시 내가 그 사람을 소홀하게 대했나. 등등. 유가족에 대한 마음 역시 죄책감이 크다.


-평소 우울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때 본인만의 해소법은

[나는 ○○○할 때 재충전된다]

이 ○○○안의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목욜할 때이다.

목욕은 교감신경계의 긴장을 완화하고 근육을 이완시키며,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체온을 올리는 효과가 있다.


-우울증을 극복하는 방법은

우울증 극복에는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우울증, 강박증, 걱정과 생각이 많아짐, 충동조절의 어려움, 짜증, 예민함, 폭식증, 알콜 중독, 공황장애, 만성피로, 불면증이 생기므로 세로토닌 결핍을 치료해야 한다. 세로토닌은 트립토판이라는 필수 아미노산을 원료로 체내에서 만들어진 뇌에서 만들어지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세로토닌 균형을 좋아지게 하는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콩, 치즈, 참깨, 요구르트, 두부, 낫또, 마늘, 등푸른 생선, 현미, 바나나를 섭취하면 세로토닌 균형이 좋아지며, 충분한 수면, 사랑, 걷기, 햇빛으로 인해 세로토닌 합성이 빨리 일어난다. 고단위 비타민 B군을 보충하면 폭식, 과로, 수면부족이 있을 때 도움이 된다. 세로토닌 결핍의 가장 큰 원인은 걷기 부족, 불규칙한 생활습관이므로 걷기, 심호흡, 음식물 씹기, 규칙적인 생활 리듬과 밝고 긍정적인 마음은 우울증 극복에 필수이다.

우울증이나 불면은 마음의 병이 아니라, 신체의 이상으로 기분을 조절하는 세로토닌이 부족할 때 생기므로 우울증 치료에는 세로토닌 레벨을 올려주어 충동을 조절하고 기분을 좋게 하는 세로토닌계통 약물이 꼭 필요하다.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 달 이상 복용이 필요하며, 약물의 중독성이 없으므로 장기 복용해도 문제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JYP 연예인들에게 실제로 행하는 상담방법은?

연예인 지망생들은 고유한 특성의 집단생활을 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그 상황을 잘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연예인 상담으로 구성된 전문의들과 상담가선생님들이 1:1 맞춤형 상담을 진행하며 10주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실행중이다.

JYP에 소속된 친구들을 상담하면서 구조화한 것은 10분가량 상담의 목표, 언제 들어왔고 어떻게 지냈는지, 요즘 주문제가 있는지에 촛점을 두었고 15분은 상황카드를 보여주면서 자신의 상황을 말로 표현하는 것을 도왔고 15분은 마음 자세카드를 보여주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의 마음자세를 어떻게 해야 할지 긍정심리학에 기초해서 도왔고 10분가량은 정리해주면서 행동변화적인 측면에서 숙제를 내주었다.
10분은 반드시 쉬었고, 시간을 엄수했다.

구조화된 느낌이 들어 어떤 연예인이 와도 상담자로써 안정된 느낌이 들었고 정신과적인 증상이 없는 친구들에게 좀더 조언을 해주는 방향으로 컨설팅할 수 있었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연예인, 연예인 지망생들, 가수 연기 연습생들에게 구조화된 상담기법이 셋팅되어서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력이 퍼져나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조언 한마디

자살충동을 억누르는데 걸리는 시간은 3초라고 한다. 3초만 넘기면 생명이 선택되고 남은 여생의 변화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순간적인 충동을 조금이나마 지연할 수 있다면 아까운 생명을 살릴 수 있다.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자살방지 캠페인 ‘함께 사는 아름다운 한국’ 특별 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