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재학시절 컴퓨터 동아리 회장이었다. 1996년 모교와 포스텍 동아리 간 상대방 학교의 전산망을 노린 ‘해킹 전쟁’을 주도했다. 실력은 인정받았지만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져 구치소에 수감됐다. 구치소를 나오자마자 컴퓨터 실력을 앞세워 보안기업을 차리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세 번의 창업을 거치는 동안 상장, 부도, 굴지 대기업에 매각 등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지금은 위치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 아블라컴퍼니를 이끌고 있는 노정석 사장(37) 얘기다. 노 사장을 비롯한 선배 창업자들과 세계적인 창업 멘토들이 한자리에 모여 예비 창업자를 위한 ‘성공 창업 실크로드’를 제시했다.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19개국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스타트업 APEC, 경제를 시동하다’를 주제로 열린 ‘APEC 창업콘퍼런스’에서다.

선배 창업자들은 생생한 경험담을 토대로 후배 창업자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했다. 노 사장은 “대학시절까지 순탄한 인생을 살아왔지만 구치소를 다녀온 후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며 “성공의 요소는 운과 신념이다. 운이 올 때까지 진득하게 기다리는 신념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여행서비스업체 프라이스라인닷컴의 창업멤버인 제프 호프먼 컬러자(창업컨설팅기업) 대표는 ‘끈기’와 ‘역발상’을 강조했다. 그는 “설립 초기에는 실적이 없어 여행사, 호텔, 고객 등 어느 누구도 먼저 고객이 되려 하지 않았다”며 “호텔의 빈방 등을 정상가보다 저렴하게 고객과 연결하는 등 틈새시장을 겨냥해 초창기 기반을 닦을 수 있었다”고 기억했다.

데이비드 스튜어트 패터슨 캐나다 청년기업가정신재단 부회장은 “인생에서 실패하는 것은 시도하지 않는 것이다. 부끄러운 것은 실패가 아니라 실패를 두려워한 나머지 포기하는 것”이라며 “청년들이 만드는 젊은 기업들은 일자리는 물론 세상을 변화시키는 혁신의 주된 원동력”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최대 기업 간 전자상거래 사이트 알리바바닷컴의 티머시 륭 글로벌 서플라이어 개발 영업 부문 대표는 “언젠가의 성공을 위해 실패는 불가피하다”며 “배짱을 갖고 현장을 중요시 여기면 성공으로 가는 문턱을 낮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렇게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역내 창업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창업을 주제로 콘퍼런스를 개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중소기업진흥공단의 박철규 이사장은 “글로벌 창업 활성화를 위해 역내 창업가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자는 한국의 제안에 APEC 회원국들이 전적으로 공감해 마련된 자리”라며 “국내 창업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병근/은정진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