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덕산하이메탈이란 회사이름 들어봤습니까?”

덕산하이메탈 이준호 회장(66)이 지난 7일 울산대 사회과학관에서 '덕산하이메탈의 과거, 현재, 미래'를 주제로 한 CEO 특강에서 이 같은 질문을 던지며 강연을 시작했다.

이날 ‘경제와 국민생활‘ 과목의 연사로 초청받은 이 회장은 덕산하이메탈에 대한 이름을 잘 모른다는 학생들 반응에 아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는 덕산하이메탈에 대해 “울산 유일의 향토 벤처기업으로 최근 지식경제부의 ‘2012년 월드클래스 300’ 지원대상에 최종 선정될 만큼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회사다”고 소개했다. 이어 “주가가 5일기준 2만2800원, 시가총액 6700억원, 시총순위(코스닥)가 16위에 이른다“고 말하자 100여명의 학생들이 그때서야 놀라워하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 회장은 “아직도 대학생들의 취업 1순위가 대기업부터 시작되는데, 앞으로 덕산하이메탈이라는 벤처기업부터 선택해보는게 어떻겠느냐”고 묻자 학생들이 박수를 치며 화답을 했다.

"OLED TV 시대 열리면 2016년 매출 1조원 달성 목표 가능합니다"

”앞으로 3년내에 유기발광 다이오드(OLED) TV 시대가 올 것입니다. 이 때가 되면 회사 매출도 눈에 띄게 급성장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그는 오는 2016년 회사 매출을 1조원, 2020년 매출 2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1999년 창업 당시 회사 매출이 300만원에서 작년 1000억원을 돌파했다는 이 회장의 말에 학생들은 또 한번 놀라운 표정을 감추지못했다. 일부 학생은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OLED TV는 과거 LCD TV가 브라운관 TV를 대체해 나갔던 것과 실로 유사한 길을 걸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전세계 OLED TV는 올해 5만대에서 내년에는 40만대로 늘고, 2014년에는 225만대로 대폭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그의 이 같은 전망은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 자료를 근거로 했다.

그는 특히 OLED 중에서도 성장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AMOLED‘라고 강조했다. AMOLED는 LCD에 비해 동영상 응답속도가 1000배이상 빠르고 색재현율과 명암비도 월등해 AMOLED 가 OLED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따라서 OLED 유기소재 분야 매출점유율이 절반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는 에너지와 기존 반도체 소재분야에서 찾았다.



"미래발전인자 찾으면 반드시 성공합니다"

그는 이렇게 성공을 자신하는데는 국내기업들이 가지 않는 미지의 세계를 개척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답습보다는 창출(創出)과 생성(生成)을 추구했고, 선각자 정신으로 미래발전인자를 거침없이 찾은 것에 따른 자연스런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창업 당시 이야기부터 꺼냈다.

현대중공업 공채1기 출신인 그는 37세 되던 1982년 국내 유일의 용융알루미늄 및 아연 도금업체인 덕산산업을 창업했다. 대학 3학년때 행정고시를 준비하다 실패했고, 현대중공업 5년 근무 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로 옮겨 자재부장까지 올랐으나 이게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은행 다니는 친구에게서 50만원을 빌려 1톤 트럭을 구입해 자가용 겸 납품차로 사용하며 기업을 일궜다. 하지만 대기업 납품에 종속되면서 또 한번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은행 창구에서 ’이노베이션, 이것이 기업을 영속하게 하는 것’이라는 글귀를 발견하고 ”바로 이것이다“는 해답을 찾았다고 했다.

그는 1999년 덕산하이메탈을 세웠다. “미래발전인자를 찾지 못하면 영광은 잠시일 뿐”이라는 생각에 그는 일본이 독점하고 있던 반도체 패키지 소재 시장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한 번에 5억원씩 4년간 20억원을 투자하며 반도체 패키지 칩과 인쇄 회로기판을 연결해 전기적 신호를 전달하는 솔더볼(Solder ball) 국산화에 나섰다. 불량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핵심기술인력이 회사를 떠나가는 아픔을 감내하며 5년여 만에 솔더볼 생산분야 세계2대 생산업체로 올라섰다.

이 회사의 솔더볼은 정확한 크기, 높은 구형도 등으로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를 비롯 미국 중국 일본 등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업체에 공급되고 있다. 현재 양산되는 200마이크로미터(㎛)보다 훨씬 작은 50㎛ 솔더볼도 이미 개발완료 단계에 있다.

이 회장은 “기술력은 이미 세계1위 수준에 도달했다”며 “글로벌 마케팅을 강화하며 세계 1위인 일본 센주메탈과의 거리 좁히기에 나섰다”고 말했다.

덕산하이메탈은 또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에 정공층 유기재료를 공급하며 이 분야 세계시장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회장은 2008년 이 분야 연구·개발(R&D)과 설비에 10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매출이 226억원대에 불과했던 중소기업으로선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정공층은 스마트폰 등의 화면으로 쓰이는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의 필수 소재다. AMOLED는 전기를 가하면 빛이 나오는 성질을 가진 유기(有機)물질을 이용해 만드는데, 정공층은 여기서 빛을 내는 물질에 전기를 전달해주는 역할을 한다.

OLED 화면을 채택한 스마트폰이 인기를 끌면서 2000년대 중반 반도체 가격하락으로 성장 정체기를 맞던 회사는 2009년 321억원에서 2010년 724억원, 2011년 1294억원으로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는 실패담도 빼놓지 않았다. 덕산하이메탈 설립초기 모바일용 카메라 모듈에 100억원이란 거액을 투자했다가 실패했다, 2년여에 걸친 일본기업과의 특허소송에서 승소했지만 시장성이 없어 50억원을 손해 본 후 도산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는 이 때 “시장 친화적인 제품이 사업 성공의 열쇠임을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회상했다.
따라서 당시 실패는 '성공적 실패'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AMOLED도 지금은 모바일 폰 등 소형제품에만 적용되고 있지만 앞으로 가정용 TV 3D TV등 중대형 제품에 적용되면 시장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번만큼 직원들에게 돌려준다. 세째 아이는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책임진다"

그는 2005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직원 모두에게 우리사주를 액면가에 배정했고, 임원들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했으며, 전 직원들에게 우리회사라는 주인의식을 심어주는데 열과성을 다하고 있다. 셋째 아이는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책임진다.

그는 자시의 집무실에 ‘天地之大德日生’이라는 주역구절을 써놓았다고 말했다. 천지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새롭게 생겨나는 것 즉 생성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직원들의 마음을 얻고 과실을 공유하면 ’소재산업 立國, 그 중심에 德山이라는 경영이념도 반드시 달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미쳐야 한다"는 말로 수업을 끝냈다.

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