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더위에 전력기금 바닥났다
전력산업 발전을 위해 조성한 전력산업기반기금(전력기금)이 바닥날 위기에 처했다.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더위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피크타임을 피해 조업하는 기업들에 지급하는 보조금이 폭증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 수요관리 기준 예비전력을 기존 500만㎾에서 450만㎾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른바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에 대한 방어선을 후퇴시킨다는 측면에서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른 더위에 전력기금 바닥났다
지식경제부는 최근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통해 전력기금에서 전력부하 관리에 쓰이는 기금 880억원을 추가로 책정했다고 5일 밝혔다. 연초 계획한 666억원을 포함하면 총 154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24.7% 증가한 액수다. 전력부하 관리 사업은 전력 수요가 한꺼번에 몰릴 것으로 보이면 전력을 많이 쓰는 기업에 보조금(인센티브)을 줘 피크시간대 조업을 피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시간과 발전량 절감 정도 등에 따라 전력기금에서 ㎾당 270~2400원의 보조금을 준다.

하지만 올 상반기 중 해당 절전 기업들에 지급해야 할 보조금이 2000억원을 넘어서자 정부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올해 책정한 전력기금 총액은 2조1974억원. 지경부는 이 중 발전소 주변 지원 사업 등 다른 사업비로 쓸 계획인 기금을 제외한 나머지 여유자금 3000여억원을 일단 부하 관리 사업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돼 전력 수요가 늘면 이 여유분마저 얼마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한정된 기금으로 기업들에 절전 보조금을 무한정 지급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보조금 지급 외에 더 효과적인 전력 안정 대책을 찾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들고 나온 것이 수요관리 기준 예비전력을 500만㎾에서 450만㎾로 완화, 전력부하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겠다는 방안이다.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이와 관련, “수요관리 기준을 낮추면 돈을 아낄 수 있지만 전력 여유분 운용이 빠듯해지는 만큼 절전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줄어든 50만㎾만큼 보조금 지급을 줄일 수 있지만 예비전력 감소에 따른 블랙아웃 위험은 더 높아진다는 얘기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