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기자재 전문기업인 중산기업(사장 정광수)이 조선엔진에 들어가는 볼트 분야의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14년간 고도의 정밀함과 기술이 요구되는 조선 엔진의 핵심 부품인 실린더 커버 스터드(Stud)와 메인 베어링 스터드, 커넥팅 로드 스터드 등 무려 1만여종의 볼트를 100% 국산화했다.

현대중공업두산중공업, 두산엔진 등 국내 조선·엔진 제조사는 물론 독일 만(MDT), 핀란드 바르질라(Wartsila) 등 해외 선박엔진 제조사에 이 회사 볼트가 공급되고 있다. 디젤 유나이티드(DU)와 미쓰비시중공업, 미쓰이중공업 등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에서도 주문이 잇따라 올 들어서만 30만달러어치의 볼트를 수출했다. 이 분야 세계시장 점유율만 40%로 세계 1위다. 일반적인 고정형 볼트와는 달리, 24시간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선박 엔진 내부의 구동형 각종 기기를 고정하는 초정밀 특수볼트를 전문적으로 제작한다.

정 사장은 “중산기업은 전 세계 조선소에서 요구하는 어떤 형태의 엔진 볼트도 생산 가능한 선박엔진 볼트 분야 토털 솔루션 전문기업”이라고 말했다. 중산기업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첨단 제조기술력과 함께 한 달 평균 2만여건에 달하는 선박엔진 볼트 주문을 한 치의 오차 없이 소화해내는 통합자원관리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다.

이 회사는 2007년 자동차 부품업체가 완성차의 주문이 들어오면 해당 부품을 곧바로 생산·공급하는 JIT(just in time·부품 적시 생산 체제) 방식을 선박엔진 부품 공급시스템에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 이 덕분에 예전 같으면 평균 보름 이상 걸리던 부품 납품기간을 3일 이내로 단축시켰다.

생산제품 100만개 중 불량품을 10개 미만으로 줄이는 싱글PPM(Single Parts Per Million)에도 도전, 지난해 납품 불량률을 100% 감소시킨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회사 관계자는 “고도의 정밀도가 요구되는 선박엔진 부품에서 이 같은 품질경영을 이룬 것은 세계 조선기자재 업체에서도 흔치 않다”고 설명했다.

중산기업은 3년 전부터 매출의 4% 이상을 연구·개발(R&D)비로 투자하며 극한 상황에서도 ‘피로파괴(재료에 변동하는 외력이 반복적으로 가해져 재료가 파괴되는 현상)’를 견딜 수 있는 첨단 볼트 소재개발에도 발벗고 나서고 있다.

정 사장은 “블루오션으로 뜨고 있는 해저 시추선 등 해양 플랜트 시장 진출을 통해 조선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이를 통해 2020년 매출 2000억원의 중견 조선부품 기업으로 변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내에 전자사업부를 신설한 지 4년여 만에 주방에서 TV 시청은 물론 전화, 라디오, 미디어플레이어, 경비실 통화, 문 개폐 등 다양한 홈네트워크 기능을 담은 듀얼 모니터형 TV폰을 개발해 다음달 현대통신에 1050대를 공급키로 하는 등 사업다각화에도 성과를 내고 있다. 올 매출은 작년보다 215억원 많은 5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