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협력 늘었지만 자체수익 감소…정부 지원에만 기대는 대학
작년 국내 주요 사립대들의 산학협력 규모가 2010년보다 6.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정부 지원이나 기부금 외에 대학들이 자체 기술을 기업에 제공해 벌어들인 ‘산학협력 수익’은 오히려 5.7% 감소했다. 정부가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사업 등을 통해 대학들의 산학협력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정작 대학들은 정부 지원금 따먹기에 바빠 자생력을 키우는 데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화여대 7위에서 5위로 상승

한국경제신문이 4일 외부 감사를 받는 입학정원 1000명 이상 사립대 98곳의 ‘2011학년도(2011년 3월~2012년 2월) 회계 결산 공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 74개 대학이 산학협력단 결산을 각 대학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74개 대학 산학협력단들의 지난해 운영수익 합계는 2조4131억원으로 2010학년도의 2조2703억원보다 소폭 증가했다.

운영수익은 기업의 매출에 해당하는 개념으로 ‘산학협력 수익’, 정부 프로젝트 수주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원금 수익’, ‘전입·기부금 수익’, ‘운영 외 수익’ 등으로 구성된다. 대학별로는 연세대(3167억원)가 유일하게 3000억원대를 돌파했고 고려대(2133억원), 한양대(1946억원), 성균관대(1520억원)가 뒤를 이어 1~4위 순위가 한 해 전과 똑같았다.

2010학년도에 운영수익 7위였던 이화여대가 1047억원을 벌어들이며 건국대(1030억원)와 경희대(1003억원)를 제치고 5위로 뛰어올랐다. 이화여대 산학협력 수익은 2010년보다 17.8% 늘어나 증가율에서도 전체 대학 평균(6.1%)을 세 배 가까이 앞섰다.

운영수익 증가율에선 이화여대를 비롯해 동덕여대(106.2%), 덕성여대(55.3%), 성신여대(55.3%) 등 여대들이 두드러진 모습을 보였다. 이화여대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약대 등 특정 분야에 편중됐던 산학협력이 공대나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면서 외형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산학협력단이 학교로 보내는 재정 지원(전입금) 규모는 고려대가 264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연세대(225억원) 성균관대(175억원) 한양대(153억원) 대구대(120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기술 판매’는 오히려 줄어

전체적인 산학협력 규모는 커졌지만 대학이 보유한 기술을 통해 자생적으로 돈을 버는 산학협력 수익은 오히려 줄었다. 대학들이 재정을 대부분 등록금에 의존하는 것처럼 산학협력 역시 정부 지원에만 기대는 ‘천수답 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산학협력 수익은 기업의 연구과제를 수주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얻는 ‘산학협력 연구 수익’, 대학이 보유한 특허 등 기술을 기업에 이전하고 벌어들이는 ‘지식재산권 운영 이전 수익’ 등 자체 사업으로 구성된다.

74개 대학 산학협력단의 산학협력 수익 합계는 작년 4083억원으로 전년 4334억원 대비 5.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지원금 수익은 1조7683억원에서 1조9110억원으로 8.2%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운영수익에서 지원금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77.8%에서 작년 79.3%로 더 높아진 반면 산학협력 수익은 19.1%에서 17%로 내려갔다.

2010학년도에 663억원으로 산학협력 수익 부문 1위였던 성균관대는 190억원으로 급감해 6위로 내려앉았다. 학교 측은 “회계 처리에서 나타난 오류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산학협력 수익 가운데 일부가 지원금 수익으로 이전됐다”고 설명했다.

연세대가 산학협력 수익에서도 644억원으로 선두를 달렸고 한양대(242억원), 경희대(230억원), 인하대(226억원) 등도 기술 세일즈가 강한 대학으로 분석됐다. 지역대학 중에선 영남대(158억원), 울산대(84억원), 전주대(72억원) 등이 강세를 보였다.

반면 성결대(771만원), 호원대(2090만원), 부산외국어대(4777만원) 등은 1년간 산학협력 수익을 1억원도 못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강현우/김우섭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