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선물이 반갑지 않았다. “선물 주는 게 어디냐”며 부러워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짐’에 가까웠다. 회사가 고르라는 3개의 선물 가운데 자신과 집사람이 필요로 하는 품목이 없었던 탓이다. 회사가 인심을 써 선물 보따리 5개를 준비해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상용 사장(44·사진)이 선택형 복지 솔루션 전문기업 이지웰페어를 설립한 이유다. 김 사장은 “회사가 일괄적으로 복지를 제공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이제 직원 스스로 원하는 것을 고르는 선택형 복지가 대세”라고 강조했다.

‘선택형 복지’(flexible benefit)는 1962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 처음 만든 개념이다. 회사는 직원에게 직급, 근속연수 등에 따라 복지 예산을 차등 배분하고 직원 각자가 예산 범위 내에서 원하는 항목을 구매하는 게 핵심이다.

김 사장이 2003년 창업한 이지웰페어는 기업별로 선택적 복지 프로그램을 설계해주고 온라인 시스템 구축에서 운영에 이르는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뉴비즈’ 기업이다. GE 시절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현금이 포인트나 카드로 바뀌고 영수증이 사라졌다는 것. 그는 “회사는 필기구와 종이만 주고 직원이 종이를 채우는 게 선택형 복지”라며 “같은 비용으로 만족도와 효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비스 항목도 대폭 늘었다. 이지웰페어는 △건강관리 △자기계발 △가족친화 △문화여가 △생활보장 등 5개 카테고리 1000여개 관련 기업들과 제휴를 맺고 건강검진 여행 외식 사진촬영 숙박 항공 등 다양한 품목을 제공한다. 김 사장은 “고객사는 위탁경영을 통해 복지 관리 부담을 줄이는 반면 대량 구매로 구매력을 늘릴 수 있다”며 “서비스 제공 기업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어 ‘윈윈’하는 사업”이라고 자평했다.

이지웰페어 고객사는 600여곳이 넘는다. 직원 100만여명의 복지 예산 8000여억원을 취급해 시장 점유율이 60%에 달한다. 삼성 등 대기업을 비롯해 정부 부처 및 산하기관 등이 이 회사 서비스를 이용한다.

2005년 정부가 공공부문 대상으로 선택적 복지를 의무화한 게 모멘텀이 됐다. 김 사장은 “기업 고객이 빠르게 늘어 올해는 민간 매출이 공공을 추월할 것”이라며 “8월에는 복지 예산 등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모아 공동 구매하는 솔루션도 선보인다”고 말했다.

덕분에 이지웰페어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설립 8년 만인 지난해 매출 266억원, 영업이익 53억원을 달성했다. SK마케팅&컴퍼니, 이제너두를 비롯해 10여개 기업과 경쟁해서 이룬 성과다. 고객사로부터 직원 1인당 받는 비용과 서비스 제공사로부터 받는 수수료가 수익원이다. 올해는 매출 380억원 및 연말 기업공개(IPO)가 목표다. 김 사장은 “이지웰페어는 체계적인 복지 인식, B2B 운영 경험, 보안 시스템 등을 모두 검증받았다”며 “대한민국을 복지 천국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선택형 복지

직급, 근속연수 등에 따라 복지 예산을 차등 배분하고 직원이 스스로 원하는 복지 항목을 선택하는 게 핵심이다. 직원이 실제 필요로 하는 복지를 고르기 때문에 만족도와 효용성이 높아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