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사립대의 등록금 의존율이 평균 76.2%로 작년보다 1.3%포인트 높아졌다고 한다. 극동대 등 일부 대학은 90%가 넘고, 조사대상(외부감사를 받는 입학정원 1000명 이상의 사립대학) 98개교의 절반 수준인 41개 대학은 80%를 넘는다. 미국의 20%는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5%와는 비교도 되지 못한다. 등록금 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과 사실상 동일한 의미다.

이들 대학은 재단전입금이나 기부금, 그리고 수익사업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없어 연구비로 지출할 돈도 없다. 2007년 기준으로 한국 등록금이 OECD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비싸지만 경영부실대학으로 지정받은 곳이 18개에 달할 정도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대학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출은 늘리고 수입은 줄여서 등록금 인상의 명분을 만드는 꼼수가 일반화됐다. 작년 감사원이 국회에 제출한 사립대학 결산보고에 따르면 21개 사립대학에서 실제 집행액수보다 41.5% 정도 예산을 과다하게 책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수입은 51.4%나 줄여 편성했다. 2005년부터 6년간 물가상승률은 16.1%인데, 사립대학 등록금이 25.3% 상승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등록금은 오르고, 교육의 질은 떨어지는 악순환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는 방법 외엔 없다. 4년제 정규 대학 숫자만도 작년 말 현재 202개다. 3년 전에 비해 3개 대학이 또 늘어났다. 이 기간 진학률이 81.9%에서 72.5%로 크게 떨어진 것과 정반대다. 기부금이 적은 신설 대학의 재정이 악화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무엇보다 교육과 취업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일이 시급하다. 한경이 지난달 개최한 고졸 잡 콘서트의 열기는 지금도 생생하지만 고졸만으로도 충분히 취업할 수만 있다면 교육의 많은 부분이 저절로 해결된다는 정도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대학 졸업생 중 하향 취업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42%가 진학을 포기한다면 국내총생산(GDP)은 1.01%포인트나 증가한다. 대졸 기회비용이 14조7000억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대학거품을 빼는 것이 바로 사회 모순의 상당 부분을 혁파하는 길이라는 점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