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BP, 러시아 사업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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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작사 지분 50% 전량 매각
푸틴 측근에 의한 사실상 퇴출
푸틴 측근에 의한 사실상 퇴출
영국 석유업체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세계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에서의 사업을 포기하기로 했다. 러시아 기업과 만든 합작사 지분 전량을 팔기로 결정한 것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러시아 파트너와의 갈등 때문이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심복’이 합작사를 국유화하려고 하자 회사를 뺏기기 전에 서둘러 철수를 결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BP가 러시아와 합작해 만든 ‘TNK-BP’의 지분 50% 전량을 매각할 계획이라고 3일 보도했다. TNK-BP는 BP가 러시아 석유회사 TNK와 합작해 2003년 세운 회사다. BP는 합작사 설립 당시 150억달러를 투입했다. BP는 지분을 어디에 팔지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업계는 BP의 보유지분을 러시아 국영기업이 인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BP의 러시아 사업은 사실상 끝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작년 말부터 BP는 러시아 합작파트너들과 갈등을 빚었다. BP가 북극해 개발을 추진하면서 TNK-BP 대신 러시아 국영석유기업 ‘로스네프트’를 파트너로 택했기 때문이다. 대륙붕 개발 경험이 없는 TNK-BP 대신 로스네프트가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TNK는 “BP가 TNK-BP에 손해를 끼치고 있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BP가 러시아에서 진행하는 모든 사업은 TNK와 함께한다는 조항을 위배했다”는 주장이었다. 법원은 TNK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앞서 BP와 로스네프트는 TNK-BP의 러시아 측 지분을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사겠다고 제안했지만 거부당했다. 이 사건과 관련, 최근에는 TNK-BP의 미하일 프리드먼 회장이 갑작스럽게 사임하기도 했다. FT는 “로스네프트를 통해 러시아 내 사업을 확장하려던 BP가 역풍을 맞았다”고 전했다.
러시아 정부가 TNK-BP를 무너뜨리려는 것을 감지하고 BP가 철수하기로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로스네프트의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이고르 세친은 BP와 로스네프트의 협력이 무산되자 보복 차원에서 TNK-BP 국유화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친은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전 정부에서 에너지 총괄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FT는 “세친이 푸틴을 등에 업고 TNK에 BP와의 합작관계를 정리하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BP는 러시아 사업 포기로 큰 손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BP는 2003~2011년 합작사로부터 약 190억달러의 배당금을 받았다. 수익성이 그만큼 높았기 때문이다. TNK-BP가 생산하는 원유는 BP 전체 생산량의 29% 정도다. 크리스 휘튼 알리안츠 펀드매니저는 “BP는 2010년 4월 미국 멕시코만 원유 유출사고 이후 최대 위기에 몰렸다”고 설명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
파이낸셜타임스(FT)는 BP가 러시아와 합작해 만든 ‘TNK-BP’의 지분 50% 전량을 매각할 계획이라고 3일 보도했다. TNK-BP는 BP가 러시아 석유회사 TNK와 합작해 2003년 세운 회사다. BP는 합작사 설립 당시 150억달러를 투입했다. BP는 지분을 어디에 팔지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업계는 BP의 보유지분을 러시아 국영기업이 인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BP의 러시아 사업은 사실상 끝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작년 말부터 BP는 러시아 합작파트너들과 갈등을 빚었다. BP가 북극해 개발을 추진하면서 TNK-BP 대신 러시아 국영석유기업 ‘로스네프트’를 파트너로 택했기 때문이다. 대륙붕 개발 경험이 없는 TNK-BP 대신 로스네프트가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TNK는 “BP가 TNK-BP에 손해를 끼치고 있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BP가 러시아에서 진행하는 모든 사업은 TNK와 함께한다는 조항을 위배했다”는 주장이었다. 법원은 TNK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앞서 BP와 로스네프트는 TNK-BP의 러시아 측 지분을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사겠다고 제안했지만 거부당했다. 이 사건과 관련, 최근에는 TNK-BP의 미하일 프리드먼 회장이 갑작스럽게 사임하기도 했다. FT는 “로스네프트를 통해 러시아 내 사업을 확장하려던 BP가 역풍을 맞았다”고 전했다.
러시아 정부가 TNK-BP를 무너뜨리려는 것을 감지하고 BP가 철수하기로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로스네프트의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이고르 세친은 BP와 로스네프트의 협력이 무산되자 보복 차원에서 TNK-BP 국유화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친은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전 정부에서 에너지 총괄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FT는 “세친이 푸틴을 등에 업고 TNK에 BP와의 합작관계를 정리하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BP는 러시아 사업 포기로 큰 손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BP는 2003~2011년 합작사로부터 약 190억달러의 배당금을 받았다. 수익성이 그만큼 높았기 때문이다. TNK-BP가 생산하는 원유는 BP 전체 생산량의 29% 정도다. 크리스 휘튼 알리안츠 펀드매니저는 “BP는 2010년 4월 미국 멕시코만 원유 유출사고 이후 최대 위기에 몰렸다”고 설명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