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MBA] 간판 없애는 것도 차별화…"여긴 뭐지?" 호기심 자극
경기도 일산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는 부동산중개업소 세 곳이 나란히 있다. 보통은 영업이 끝나고 나면 밤에는 중개업소의 간판이 꺼져 있는데, 어느 날은 한 곳의 간판이 밤에도 환하게 켜져 있었다. 확실히 그 업소의 간판이 눈에 잘 띄었다.

그러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모두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대로다. 며칠 뒤에 보니 세 곳 모두 밤새 간판에 불을 켜놓고 있었다. 특정업소의 홍보효과도 사라졌다. 대신 전기요금 부담은 모두 커졌다. 처음에 한 업소에서 간판을 켤 때는 쉽게 결정하고 켰겠지만, 이제는 혼자만 끄기도 어려워졌다.

자영업자 간의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간판을 둘러싼 점주 간의 갈등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고객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간판의 크기나 위치를 놓고 자리다툼을 하다 보면 그렇지 않아도 심란한 자영업주의 마음에 서로 상처를 주게 된다.

점포형 자영업인 경우 간판은 당연히 중요하다. 간판은 매장을 알릴 수 있는 홍보 수단이자 점포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역할도 한다. 이런 이유로 점주들은 어떻게 하면 간판이 한눈에 들어올 수 있고 또한 손님들의 감성에도 호소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하지만 ‘간판이 절대적인가’라고 자문해 본다면 한번쯤 생각을 다르게 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서울 여의도의 한 주상복합아파트에는 ‘브레드 피트’라는 작은 빵집이 있다. 동네 빵집이지만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에 버금가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26.4㎡(8평) 정도의 테이크아웃 전문매장인데, 지하에서 영업하면서도 외부에 간판이 없다. ‘단골 중심으로 영업해서 간판이 없나’라고 생각해봤지만 충분한 해답은 아니었다.

남들은 보통 ‘어떻게 하면 간판을 잘 만들 수 있을까’라고 고민할 때 이 가게의 이철하 사장은 ‘간판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역발상을 했다고 한다. “매장을 얻을 때 살펴보니 바로 옆 손짜장면 가게가 점심 때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장사가 잘 되더라고요. 주변에 사람이 많아서 간판이 없어도 가능하겠다고 생각한 거지요.” 간판을 설치하는 평범함보다 ‘여긴 뭐지’하는 차별화를 노린 셈이다.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대박 점포 ‘광릉불고기’도 아예 대놓고 ‘간판 없는 집’으로 홍보하는 곳이다. 주차장 면적이 매장 면적보다 3배 이상 크다. 손님들이 간판을 보고 오는 곳이 결코 아니다. 가게도 간판과 같은 외형 경쟁에서 벗어나 새로운 의미의 차별화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허건 < 행복한가게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