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로 만든 소고기 먹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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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드 - 아하! 그렇군요
육질도 도축한 고기와 비슷…10월 '시험관 햄버거' 출시
육질도 도축한 고기와 비슷…10월 '시험관 햄버거' 출시
2008년 미국 동물보호단체인 ‘PETA’는 거액의 포상금을 내걸고 공고를 냈다. 동물을 죽이지 않고도 고기를 먹을 수 있게 하는 과학자에게 100만달러에 달하는 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다.
PETA는 “400억마리 이상의 돼지, 소, 닭이 매년 미국에서 식용으로 잔혹하게 도살되고 있다”며 “동물들을 고통에서 해방시켜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PETA의 이 같은 바람은 곧 이뤄질 전망이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대의 생리학과 연구팀이 줄기세포를 이용해 도축하지 않고도 고기를 먹을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해 낸 것이다. 이른바 ‘시험관 고기’다.
지난 2월 마크 포스트 교수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회의에서 “미국 소의 줄기세포를 배양하고 있다”며 “길이 3㎝, 폭 1.5㎝, 두께 0.5㎜까지 키워냈다”고 발표했다. 소의 줄기세포를 배양해 수천 겹의 아주 얇은 근육세포로 전환시킨 뒤 소의 먹이와 같은 식물성 단백질 등을 공급해 키우는 방식이다. 시험관 고기는 동물의 실제 살에서 나온 것이란 점에서 기존의 ‘인조고기’와 다르다. 인조고기는 콩에서 단백질을 추출해 만든 것이다.
육질도 도축해 얻은 고기와 비슷하다는 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포스트 교수는 “단순한 세포 덩어리만으론 씹는 맛을 느낄 수 없다”며 “육질을 좋게 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세포 덩어리를 틀에 고정시킨 후 전기 충격을 주기적으로 주고 있다. 또 근육 섬유들을 당기고 굽히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시험관 소고기를 다져 햄버거도 만들 예정이다. 오는 10월 연구팀은 영국의 유명 요리사 헤스턴 블루멘털에게 조리를 부탁, 공개 행사를 통해 이를 선보이기로 했다. 하지만 상용화되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시험관 고기를 만드는 데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시험관 소고기로 햄버거 하나를 만들기 위해선 33만달러가량이 필요하다. 네덜란드 정부가 250만달러 규모의 지원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포스트 교수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육류 수요도 앞으로 40년 이내에 2배가량 늘어날 것”이라며 “시험관 고기에 대한 연구가 보다 많이 이뤄져야 하며 상용화를 위해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PETA는 “400억마리 이상의 돼지, 소, 닭이 매년 미국에서 식용으로 잔혹하게 도살되고 있다”며 “동물들을 고통에서 해방시켜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PETA의 이 같은 바람은 곧 이뤄질 전망이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대의 생리학과 연구팀이 줄기세포를 이용해 도축하지 않고도 고기를 먹을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해 낸 것이다. 이른바 ‘시험관 고기’다.
지난 2월 마크 포스트 교수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회의에서 “미국 소의 줄기세포를 배양하고 있다”며 “길이 3㎝, 폭 1.5㎝, 두께 0.5㎜까지 키워냈다”고 발표했다. 소의 줄기세포를 배양해 수천 겹의 아주 얇은 근육세포로 전환시킨 뒤 소의 먹이와 같은 식물성 단백질 등을 공급해 키우는 방식이다. 시험관 고기는 동물의 실제 살에서 나온 것이란 점에서 기존의 ‘인조고기’와 다르다. 인조고기는 콩에서 단백질을 추출해 만든 것이다.
육질도 도축해 얻은 고기와 비슷하다는 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포스트 교수는 “단순한 세포 덩어리만으론 씹는 맛을 느낄 수 없다”며 “육질을 좋게 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세포 덩어리를 틀에 고정시킨 후 전기 충격을 주기적으로 주고 있다. 또 근육 섬유들을 당기고 굽히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시험관 소고기를 다져 햄버거도 만들 예정이다. 오는 10월 연구팀은 영국의 유명 요리사 헤스턴 블루멘털에게 조리를 부탁, 공개 행사를 통해 이를 선보이기로 했다. 하지만 상용화되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시험관 고기를 만드는 데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시험관 소고기로 햄버거 하나를 만들기 위해선 33만달러가량이 필요하다. 네덜란드 정부가 250만달러 규모의 지원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포스트 교수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육류 수요도 앞으로 40년 이내에 2배가량 늘어날 것”이라며 “시험관 고기에 대한 연구가 보다 많이 이뤄져야 하며 상용화를 위해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