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에 일본 은퇴 기술자를 활용하는 한·일 협력 모델이 확산되고 있다.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은 지난 1년간 ‘일본 우수 퇴직 기술자 유치 사업’을 통해 전국 52개 중소기업을 지원했다고 1일 밝혔다.

산업용 무기화합물 제조기업인 석경에이티는 미쓰비시레이욘에서 35년간 근무한 나카모토 히데오 고문(70)과 손잡고 ‘기능성 코팅액’ 신제품을 개발했다. 작년 매출액이 46억원이었던 석경은 올해 매출 목표를 90억원으로 높여 잡았다. 나카모토 고문은 “석경은 유기와 무기 재료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기술을 터득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동신유압은 지난 1년간 스미토모중기계 출신인 사이토 토시로 고문(63)의 도움을 받아 유압식 사출 성형기 ‘E170’ 등 3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사출 성형기는 플라스틱 원료인 수지를 금형 안에 넣어 원하는 모양의 플라스틱 제품으로 만드는 기계다. 황동봉을 제조하는 국일신동은 일본 삼보신동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니노미야 아키타카(71)를 고문으로 채용해 3.5㎜ 무연 황동봉 개발에 성공했다.

김경룡 국일신동 대표는 “오랜 경험과 축적된 데이터를 가진 니노미야 씨가 금속 조직 엑스레이 사진만 보고도 원인을 분석했다”며 “신제품 개발 등에 힘입어 올해는 작년보다 100억원 늘어난 4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용필림 제조업체인 SYC는 일본 은퇴 기술자와 손잡고 최근 2차전지 분리막 개발에 성공했으며 자동차부품 업체 코레스는 금형물 설계를 바꾸는 방식으로 연간 수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2008년 이 사업을 시작한 한일재단은 350여명의 일본 은퇴 기술자 데이터베이스(DB)를 만들어 국내 중소기업에 연결해 주고 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