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제조기업인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은 2010년 반도체 제조회사인 인텔과 50 대 50의 지분 비율로 헬스케어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GE의 홈헬스사업부와 인텔의 디지털헬스그룹을 합병한 것. GE의 콰이어트케어(QuietCare)와 인텔의 헬스가이드·리더 등 두 회사가 만든 솔루션을 통합해 원거리 건강 검진·진료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제프리 이멜트 최고경영자(CEO)는 합병을 발표하면서 “혁신적인 홈헬스 기술과 서비스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양사가 손을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2025년 노인 인구 12억명

웰니스(wellness)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각축전은 이미 시작됐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 추세가 가팔라지면서 노년층 수요를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국제연합(UN)에 따르면 현재 6억5000명인 60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25년 12억명으로 지금보다 두 배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50년에는 20억명에 달해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이들을 대상으로 나와있는 대표적인 솔루션은 ‘콰이어트케어’다. 혼자 사는 노인의 건강을 실시간으로 확인해주는 가정용 알람 서비스다. 집안 곳곳에 설치된 동작감지센서를 통해 사용자의 일상생활 패턴을 체크한다.

예컨대 침실에서 몇 시에 일어났는지, 식사를 하러 주방에 갔는지, 화장실은 얼마나 자주가는지 등의 정보를 수집한다. 만약 사용자가 평소와 다른 행동 패턴을 보이면 사용자 본인이나 가족에게 자동으로 연락이 간다. 인터넷으로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필립스 “일상에서 건강을”

필립스는 GE보다 앞선 2006년 반도체 사업 부문을 매각하면서 의료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신전략을 발표했다. 필립스는 곧장 7억5000만달러를 들여 원격의료 서비스 업체인 라이프라인을 인수했다. 라이프라인은 67만여명 회원과 미국과 캐나다 등지 2500여개 병원 및 의료기관을 연결해주는 회사다. 회원에 가입하면 팔찌를 제공하는데, 이 팔찌로 회원의 건강상태가 실시간으로 라이프라인 콜센터로 전송된다.

2009년에는 휴대용 헬스케어기기인 ‘다이렉트라이프’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목걸이처럼 걸거나 주머니에 가지고 다닐 수 있다. 특별한 조치 없이도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목표 운동량은 기기의 초록색점으로 표시된다. 점이 1개면 운동을 안 했다는 뜻이고, 점이 9개면 열심히 운동을 했다는 뜻이다. 매월 일정 정도 사용비를 내면 피트니스 전문가들이 개인 운동기록을 체크하고 매주 이메일로 조언을 해준다.

○IT기업들도 속속 합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웰니스 산업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구글은 2008년 건강·의료기록을 온라인에서 관리하고 상담할 수 있는 개인건강기록(PHR) 서비스 ‘구글헬스’를 선보인 바 있다.

올해 초 구글헬스 서비스를 종료했지만, 모토로라모빌리티를 인수하면서 헬스케어 시장에 재도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모토로라모빌리티가 생산 중인 의료용 스마트폰이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도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업체인 미국의 아직스(2006년)와 메드스토리(2007년), 센틸리온(2009년) 등을 차례로 인수,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정경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웰니스융합연구그룹장은 “다국적 기업들은 기존 주력 사업과 시너지를 내는 쪽으로 웰니스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며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특히 IT 인프라를 활용한 웰니스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