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개 대학 2011학년 결산 자료 보니…高大, 어설픈 ELS 투자로 쪽박, 90억 손실
고려대 재단(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의 작년 주식·파생상품 등 유가증권 투자 손실이 9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남대는 3억원, 서강대는 7500만원가량을 주식 투자에서 손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명지대 재단인 명지학원은 실버타운 사업을 하는 자회사 명지엘펜하임에 빌려준 돈 60억원을 못 받아 충당금으로 처리했다.

국내 사립대학들은 사립학교법에 따라 매년 5월 말까지 1년 살림살이를 정리한 결산 자료를 공시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은 31일 2010학년도 결산에서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고 공고한 30개 대학 등 전국 40개 대학 법인들의 투자 현황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고려대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대학들이 자산의 90% 이상을 예금이나 채권 등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대학 재정을 잘 운영하려면 예금 등 안전자산과 주식·펀드와 같은 위험자산을 적절히 배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와 고려중앙학원은 2011학년도(2011년 3월~2012년 2월) 결산 자료를 이날 홈페이지에 올렸다. 결산 자료에 따르면 고려중앙학원은 2월 말 현재 주식 등 유가증권에 총 481억원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예금과 채권 등 안전자산 투자액은 94억원에 불과했다.

SK텔레콤 19억원, LG텔레콤 4억원 등에다 종합편성채널인 채널A 주식에도 20억원을 투자하는 등 주식 보유 규모는 66억원가량이었고 증권사가 운용하는 주가연계증권(ELS)에 370억원을 넣은 것으로 집계됐다. 1년간 돈을 굴린 결과 특히 ELS에서 반토막난 종목이 속출해 총 손실이 90억원으로 집계됐다.

결국 고려중앙학원의 운영 차액(기업의 순이익에 해당)은 2010학년도 167억원 흑자에서 작년에는 68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고려대에 보내는 법인 전입금은 634억원에서 729억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이에 대해 고려중앙학원 관계자는 “법인 재산운용 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법인자금 운용 현황, 투자과정, 향후 전망 등을 객관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 논란이 일면서 최근에는 재단이사장까지 임기 도중에 바뀌었다.

경남대 법인인 한마학원은 하나은행, 한국투자증권 등이 운용하는 일본펀드에 13억원을 넣었다가 3억원가량 손해봤다. 서강대는 하이닉스, STX팬오션 등에 8억5000만원가량을 투자했다가 약 7500만원 손실을 냈다. 명지대 법인인 명지학원은 수익사업인 실버타운을 운영하는 자회사 (주)명지엘펜하임에 빌려준 60억원을 못 받는 것으로 처리하고 전액 충당금으로 쌓았다.

우송대, 성신여대 등 일부 대학들은 환금성이 거의 없는 비상장 종합편성채널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송대가 채널A 주식을 4만주(취득가 2억원), 성신여대는 2만주(취득가 1억원)를 보유하고 있었다.

반면 펀드와 ELS 투자로 짭짤한 수익을 올린 대학들도 있었다. 성신여대는 미래에셋맵스GL퍼블릭펀드, 한국투자증권 ELS 등에 16억원을 투자해 6525만원 이익을 냈고 삼육대는 하나대투증권 신탁상품에 가입해 2000만원 가까이 수익을 올렸다.

강현우/정태웅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