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신고 없이 취득한 외국 부동산을 몰수·추징하도록 한 외국환거래법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31일 결정했다.

헌재는 조현상 효성그룹 부사장의 신청을 받아들여 서울중앙지법이 외국환거래법에 대해 낸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취득하려는 해외 부동산을 자발적으로 신고해야 국제수지의 균형과 통화가치의 안정을 확보할 수 있다”는 취지로 재판관 전원 일치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신고를 하지 않고 해외 부동산을 취득해 경제적으로 이익을 얻으려는 시도를 막으려면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신고하지 않고 취득한 해외 부동산을 반드시 몰수·추징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또 “해외 부동산을 취득하면서 대규모로 자금이 이동하거나 거래가 비정상적일 가능성이 있는데도 적발이 쉽지 않아 신고가 필요하다”며 “대외 요인에 취약한 우리 나라의 경제 규모나 자본의 불법 유출을 감시할 필요성에 비추어 보면 형사처벌 외에도 부동산 몰수·추징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헌재는 “미신고 해외 부동산 취득은 국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므로, 건전한 외국환거래 질서 확립이라는 공익을 중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부사장은 해외 부동산 취득을 위해서는 외국환은행에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한 외국환거래법을 어기고 2008년 8월 미국 하와이 콘도를 약 262만 달러(한화 약 26억원)에 구입한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던 중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