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단체에서 행사를 진행하거나 운영한 경험을 말해주세요.”

“시민단체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했고, 중요한 행사를 진행한 경험이 있습니다.”

30일 서울 이문동 한국외국어대에서 열린 국제기구 진출 설명회에서는 이색적인 광경이 연출됐다. 무대에는 한 지원자가 등을 돌린 채 김서연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인사담당관의 질문에 답했다. 온전하게 목소리에만 의존하는 전화인터뷰 상황을 재현한 모의 인터뷰였다.

외교통상부 주최로 열린 이날 설명회에는 마사 로페즈 유엔사무국 인사국장, 존 에릭슨 인사과장을 비롯해 임형준 세계식량계획(WFP) 한국사무소장, 이상미 국제연합아동기금(UNICEF) 조정관 등이 참석해 국제기구 진출 경험과 노하우를 소개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500여명이 몰려 국제기구 진출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5월 현재 유엔본부 등 국제기구에 진출한 한국인은 총 458명. 최근 세계은행 총재로 임명된 한국계 미국인 김용 씨를 비롯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송상현 국제형사재판소장 등 국제기구 수장직 진출도 활발하다.

설명회에서는 국제기구 취업에 필요한 인턴십, 커버레터(자기소개서) 작성법, ‘젊은전문가프로그램’(YPP)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국제기구 채용 담당자들은 인터뷰 답변이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모의인터뷰에 응한 지원자의 답변에 대해 로페즈 국장은 “팀워크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예를 선택했지만 어떤 활동을 했는지 구체적인 내용이 아쉬웠다”며 “단순히 ‘행사를 기획했다’는 식의 답변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 무슨 활동을 어떻게 했고 그 결과는 어떻다’는 식의 구체적인 답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신의 경험과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사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듣는 사람이 당시의 상황을 그려볼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 인사담당관은 “실패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다. 비록 결과가 좋지 않았더라도 거기서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임형준 소장은 “국제기구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소장은 “스펙보다는 기구가 하는 일에 대해 진심으로 하고 싶은지, 현장에 뛰어들 준비가 돼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엔봉사단(UNV)의 신지 나가세 씨는 “자원봉사는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