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주가가 기업공개(IPO) 이후 계속해서 곤두박질치고 있다. 상장 이후 주가가 폭락하는 ‘대형 정보기술(IT)주의 저주’를 피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업계의 대표주자인 페이스북이 사실상 IPO에 실패하면서 SNS업체를 포함해 IT업계에 대한 거품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일부 SNS업체는 예정돼 있던 IPO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페이스북 투자 전망 어두워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은 전 거래일보다 9.6% 급락한 주당 28.8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인 주당 38달러를 기준으로 지난 18일 상장 이후 약 24% 떨어졌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기업가치도 410억달러나 증발했다. 이날 종가를 기준으로 한 페이스북 시가총액은 630억달러다. IPO 당시 시총(1040억달러)의 60.5%에 불과하다. 상장 당시 194억달러였던 마크 저커버그 창업자의 재산 규모도 147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2주일도 못 돼 47억달러를 날린 셈이다.

페이스북의 IPO가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공모 첫날 주가 상승률이 10~15% 수준을 보이고 며칠간 유지해야 IPO에 성공한 것으로 여겨진다.

시장에서는 페이스북 주가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날 열린 페이스북 주식 옵션거래에서는 약 36만5000건의 계약이 체결됐다. 옵션거래는 일정 기간 내 미리 정한 가격으로 주식을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매매하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 다음으로 많은 거래량”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약 65%가 페이스북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풋옵션에 베팅했다. 가장 많이 거래된 풋옵션은 7월 중순 페이스북 주가가 25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옵션이다. 반면 6월 중순 페이스북 주식을 32달러로 사들이는 콜옵션 값은 약 75% 떨어졌다. 트레이드킹의 옵션 애널리스트 브라이언 오베이는 “대량의 풋옵션 거래는 페이스북 주가를 추가로 하락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상장 전부터 논란이 됐던 페이스북 주가 부풀리기 의혹이 입증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SNS업체 재평가 논란 불거져

페이스북이 사실상 IPO에 실패하면서 전체 SNS업계에 대한 전망을 부정적으로 만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IPO를 미루는 사례도 나왔다. 가입자 수가 1억1000만명인 러시아 최대 SNS업체 브콘탁테는 내년 초로 예정됐던 IPO를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파벨 듀로프 브콘탁테 최고경영자(CEO)는 “페이스북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면서 시장에서 SNS기업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IPO를 실시한 SNS업계는 주가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루폰의 상장 첫날 주가는 공모가 대비 30% 넘게 올랐지만 최근 주가는 공모가 대비 30% 이상 떨어진 상태다. 징가도 공모가보다 약 30% 하락했다.

징가는 최근 설립 6주밖에 안 된 게임업체를 1억8000만달러에 사들이면서 IT 거품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옛 닷컴 몰락에서 확인했듯 지속적인 성장에 대한 검증 없는 투자와 실제 가치에 비해 과대포장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기훈/고은이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