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 등 6개 한국 건설사 컨소시엄이 방글라데시에서 20억달러 규모의 도로공사 프로젝트 입찰을 준비하고 있다.”(이융희 선진엔지니어링 부사장) “카타르개발은행이 투자 의사가 있다. 자세한 프로젝트 내용을 송부해달라.”(마슈랍 알 에이안 카타르개발은행 기업금융부문 사장)

30일 서울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글로벌 프로젝트 플라자’. 행사장을 가득 메운 국내 건설·플랜트 업체 관계자와 해외 프로젝트 발주처들은 즉석에서 구체적인 협력사업을 논의하느라 분주했다. 특히 처음으로 5개 중동계 펀드가 참여해 주요 프로젝트에 투자 의사를 밝히면서 국내 기업과 중동 ‘큰손’의 제3국 공동사업이 물꼬를 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전 세계 39개국에서 65개 발주처 책임자들이 참여해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국내 200개 기업 관계자들에게 주요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공항 항만 철도 등 건설 인프라, 발전 플랜트, 신재생에너지 등 1500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로 국내에서 열린 행사 가운데 최대 규모다.

특히 ‘제2의 중동 붐’으로 주목받고 있는 중동지역 발주처 및 펀드가 참여한 ‘중동 프로젝트 설명회’가 큰 호응을 받았다. 전후 복구사업이 진행 중인 이라크의 서민주택 100만호 건설사업, 리비아 간선철도 및 트리폴리 메트로 프로젝트 등 대형 프로젝트가 소개됐다.

무함마드 알힐리 이라크 주택건설부 국장은“한국 건설업체들의 이라크 내 건설 실적과 경쟁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며 “한화건설이 80억달러에 달하는 이라크 내 10만호 건설사업을 수주한 것처럼 다른 한국 업체들의 참여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타르의 마스라프알라얀은행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개발은행(SFD) 등 중동계 펀드와 국내 기업 간 협력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SFD는 아시아 아프리카 주요 개발도상국에 저리 대출 형태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해당 정부가 사업자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관이다. 국내 선진엔지니어링은 이번 행사가 끝난 후 SFD가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방글라데시의 ‘3차 시탈라카야 교량감리 프로젝트’ 수주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카타르개발은행은 국내 건설업체 관계자들과 만나 방글라데시에서 입찰 준비 중인 20억달러 도로공사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 은행은 30~31일 이틀간 삼성물산 등 한국 기업 10개와 상담을 통해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관석 KOTRA 프로젝트총괄팀장은 “유럽 재정위기로 유럽계 자금이 프로젝트 파이낸스 시장에서 이탈하면서 국내 건설 엔지니어링 업계는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유력 프로젝트 발주처와 유동성이 풍부한 중동계 펀드,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이 한자리에 모인 만큼 제3국 공동 진출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