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요?” 30일 오전 여수세계박람회장 내 아쿠아리움 앞에서 가족과 함께 두 시간 넘게 비를 맞으며 줄을 선 박영돈 씨(48·광주광역시 봉선동). 그는 “평일인데도 장시간 줄서기의 불편이 극심하다”며 “조직위가 관람객 편의는 안중에 없고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조직위가 ‘전시관 예약제’를 전격 폐지하고 선착순 입장제로 바꾼 지 나흘째인 이날까지도 박람회장 곳곳에서는 장시간 대기에 따른 관람객들의 짜증과 불만이 터져나왔다. 제도를 바꿨지만 관람객들의 불편과 고통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대기줄에서의 새치기 시비, 오전 관람객 쏠림 등 오히려 새로운 문제를 낳고 있다. 하루 입장객 11만명을 돌파한 지난 석탄일 연휴 일부 전시관에서는 평소보다 4배나 많은 7~8시간씩 줄을 서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빚어졌다. 관람객이 몰리는 주말이면 앞으로도 재연될 수 있는 일이다. “다른 전시관으로 관람객들이 분산될 것”이란 조직위의 예측은 빗나갔다.

조직위가 ‘엑스포 사상 최초’라며 자랑해온 사전 예약제 폐지는 관람객 편의보다는 ‘면피용’이라는 성격이 짙다. 조직위 관계자는 “감당할 수 없는 거센 민원이 쏟아져 선착순으로 전환했다. 예약제가 필요한 건 알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뙤약볕에 4~5시간씩 기다린다는 항의가 예상됐지만 관람객들의 선택에 맡기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조직위가 관람객들의 대기 불편을 뻔히 내다보면서도 당장의 항의가 무서워 대책 없이 원칙을 바꿨다는 얘기다. 선착순제로 인한 불편이 바로 나타나도 나흘째 후속대책 마련에는 팔짱을 끼고 있는 것도 그 방증이다.

이 때문에 조직위가 중요한 결정을 면밀한 검토 없이 즉흥적으로 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전시관 예약제를 손바닥 뒤집듯 쉽게 폐기하기보다는 그 틀 내에서 사전 예약 방식을 개선하거나 선착순 입장제와 적절하게 혼용하며 해법을 찾는 게 순서였다는 지적이다. 인파가 몰리는 주말과 관람객이 적은 평일을 따로 나누는 방안도 고민했어야 했다.

조직위가 눈앞의 비난을 면하려다 나중에 더 큰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더라도 가장 나은 방안을 지금이라도 모색해야 한다.

최성국 여수/지식사회부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