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휘청거려도 美경제 끄떡없다…'디커플링' 가속화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유럽에 대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다.”

미국 최대 온라인증권사 찰스슈와프는 유럽 경제가 흔들려도 미국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경제가 재정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미국 경제는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얘기다. 제조업만 놓고 보면 미국과 유럽 경제의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비즈니스인사이더도 유럽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제조업 경쟁력 강화, 에너지 비용 하락 등에 힘입어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 흔들려도 美경제 탄탄”

유로존 휘청거려도 美경제 끄떡없다…'디커플링' 가속화
찰스 킴벌 국제금융센터 뉴욕사무소장은 최근 리즈 선더스 찰스 슈와프 수석투자전략가를 인터뷰한 뒤 “미국 경제 각 부문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과 달리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제조, 소비, 수출 등 대부분의 경제지표가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실적개선으로 기업들의 재무상태가 좋아졌으며 주택경기도 저점을 통과했다고 진단했다.

찰스슈와프는 무엇보다 “유로존 위기에 따른 미국 실물경제 충격과 금융시스템 불안이 그리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대(對)유럽 수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체 수출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도 감소 추세에 있다고 덧붙였다. 2009년 23%에서 최근 18%로 줄었다는 것. 미국 은행들이 2008년 금융위기를 먼저 겪으면서 체력을 키운 것도 위기에 대응하는 면역력을 높인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찰스슈와프는 미래도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제조업이 살아나고 있고 가계부채가 줄어든 데 힘입어 소비심리가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 경제는 지금 에너지, 화학,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제조업 르네상스’를 경험하고 있다”며 “제조업 분야의 고용창출이 서비스업보다도 활발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의 핵심 제조업인 자동차산업이 1분기 GDP 증가에서 차지한 비중은 50%에 이른다. 달러 약세, 낮은 임금 상승률 등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했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가 정신과 안정된 정치·경제 시스템 등을 미국 경제의 강점으로 꼽았다. 한 달 창업건수가 54만건에 달하고, 특허출원건수가 해마다 늘고 있는 것이 혁신의 증거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미국 내 특허출원건수는 24만1977건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1963년의 네 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이와 함께 대출이 증가하는 등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된 것도 미국 경제의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최근 미국 상업은행의 대출규모는 7조1000억달러로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오히려 미국 경제에 긍정적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방은행 총재는 “유럽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글로벌 자금이 미국 국채 시장으로 몰리면서) 미국 정부의 국채 조달 금리가 낮게 유지될 수 있다”며 “(유럽 에너지 수요가 줄어)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있는 것도 미국 경제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美증시 시총 비중 34%로 올라

미국 경제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글로벌 주식시장 시가총액에서 미국 증시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 1분기에 20%대에서 올해 4월 말 34%(17조8000억달러)로 상승했다고 29일 보도했다. 반면 유럽 증시(중동·아프리카 포함) 비중은 작년 초 30%로 미국을 앞질렀다가 올해 4월 말 27%로 하락했다. 최근 글로벌 증시가 유로존 위기 등으로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미국 증시의 하락률은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일본, 독일 증시는 10% 이상 추락했으나 미국 증시의 하락률은 6%대에 그쳤다.

그러나 과도한 정부 부채와 재정적자는 미국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많다. 찰스슈와프는 “미국의 GDP 대비 공공부채비율은 100%를 웃돈다”면서 “이 비율이 90%를 넘으면 성장률이 1%가량 잠식된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체이스 이코노미스트도 “내년 급격한 정부지출 축소와 각종 세제감면 혜택 종료로 경제적인 쇼크인 ‘재정벼랑(fiscal cliff)’이 발생하면 GDP의 3.7%에 해당하는 유동성이 시중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설리 기자/도쿄=안재석 특파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