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을 산화물반도체와 결합하는 방법으로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자를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최원국 계면제어연구센터 연구원(사진) 연구팀이 산화아연에 그래핀을 껍질처럼 감싸는 방법을 이용해 백색빛을 내는 LED(발광다이오드)를 개발했다고 29일 발표했다.

이 기술은 차세대 TV에 사용되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과 비교해 친환경적 소재를 사용하고 소재 가격도 저렴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의 하나로 주목받을 전망이다.

연구팀은 자외선 흡수·방출이 뛰어난 산화아연에 그래핀 껍질을 덮으면 전기전도 조절이 가능한 반도체 특성이 생기는 것을 최초로 발견했다. 전자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금속 특성을 가진 평면 그래핀이 껍질 형태로 휘어지면서 반도체 특성을 갖게 된 것. 이렇게 만든 화합물에 레이저를 쏘면 기존 자외선 대신 녹색과 주황색 가시광선이 나오고 이 빛을 결합하면 TV, 휴대폰 등의 광원(光源)으로 사용하는 백색빛을 만들 수 있다. 연구팀은 흑연을 산(acid)에 넣어 그래핀을 분리한 후 여기에 산화아연을 넣어 화합물을 만드는 대량 생산 방법도 개발, 3개의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산화아연-그래핀 LED는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카드뮴을 사용하는 기존 발광 소자와 달리 자외선 차단 화장품인 선블록에 사용되는 산화아연을 사용해 친환경적이다. 또 물, 공기에 약해 이를 차단하기 위해 값비싼 부품을 사용하는 OLED와 달리 물과 공기에 강해 낮은 원가로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최원국 연구원은 “이번에 개발한 나노 복합소재는 수분에 민감한 OLED의 발광층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발광소재로 사용할 수 있다”며 “초고속 자외선 광 검출기, 질병 진단용 바이오 센서, 고용량 리튬이온 2차전지 등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에 게재됐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