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콘덴서 생산 성호전자 중국 공장 가보니 "줄 잇는 주문에 주말도 전직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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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1위 파나소닉 생산차질로 반사이익
델타전자에도 대량 공급…시장 점유율 10% 기대
델타전자에도 대량 공급…시장 점유율 10% 기대
“죄송합니다.”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에 있는 국내 1위 필름콘덴서 기업 성호전자(회장 박현남)의 중국 생산법인. 지난 26일 찾은 이곳에선 중국어와 영어로 ‘죄송하다’는 말이 계속 들렸다. 토요일인데도 사무실 여기저기서 연신 전화벨이 울려댔고 20여명의 직원들은 몇 마디 주고 받고는 하나같이 ‘죄송하다’는 말로 통화를 매듭지었다. 얼마 뒤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막 통화를 끝낸 박성재 해외영업 담당 상무는 “필름콘덴서 공급난이 우려되면서 성호전자 제품을 공급해 줄 수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폭주하고 있다”며 “납기를 맞추기 위해 주말에도 전 직원이 출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가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까닭은 ‘예기치 않은’ 수요가 폭발하고 있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필름콘덴서 업계 세계 1위인 파나소닉이 최근 토네이도로 광둥성에 있는 공장이 생산 차질을 빚으면서 세계 각지에서 성호전자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당장 생산을 못하게 된 파나소닉도 이달부터 성호전자에서 제품을 조달하기 시작했다. 세계 1위가 세계 7위 기업의 경쟁력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성호전자는 내부적으로 ‘델타전자 효과’에 더 기대를 걸고 있다. 델타전자는 지난해 56억달러 매출을 올린 대만 기업으로 전 세계 1위 필름콘덴서 구매 업체다. 월 평균 필름콘덴서 구매량이 삼성 그룹 전체 구매량의 7배가 넘는 이 회사에 성호전자는 6월부터 공급을 시작한다. 앞서 세계 2위 전자제품위탁생산(EMS) 업체인 미국 플렉스트로닉스를 시작으로 파나소닉, 델타전자, 하이얼(중국 최대 가전기업)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을 잇따라 고객으로 확보한 것.
고객 다변화의 원동력은 품질과 가격에서 나온다. 전기를 담는 그릇 역할을 하는 필름콘덴서는 제품 특성상 필름이 마찰하면서 소음을 내기 마련인데 소음을 적게 내도록 만드는 게 기술이다. 이 회사 제품은 51㏈(데시벨)로 업계 최저다. 중국(107) 대만(83)은 물론 부품 강국 일본(71)도 앞선다. 깐깐한 미국 A사가 PC용 콘덴서 공급사로 이 회사를 고집하는 이유다. 가격 경쟁력은 일본 대비 2.9배.
빠른 고객 다변화 덕분에 이 회사 박환우 사장은 “올해 실적은 뚜렷한 상저하고(上低下高)가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박 사장은 “2분기가 바닥이며 3분기부터 실적이 대폭 개선될 것”이라며 “증착필름 사업이 내달 본격 가동을 시작하면 가격 경쟁력이 몰라보게 좋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름콘덴서의 핵심소재인 증착필름은 신성장 동력이다.
이 회사는 그간 외부에서 증착필름을 사오다 작년 말 100억원을 투자, 라인을 구축했다. 본격 양산을 시작하면 기존 대비 이익률이 2% 이상 증가할 것으로 박 사장은 기대하고 있다. 그는 “현재 4% 수준인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10%대로 끌어 올려 전 세계 시장을 휘어잡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 필름콘덴서
콘덴서는 ‘전기를 담는 그릇’이라고 볼 수 있다. 필요한 경우에만 전기를 방출, 전자제품의 원활한 작동을 돕는다. 절연체 재료에 따라 필름콘덴서와 전해콘덴서로 나뉜다. 필름콘덴서는 고전압 장수명 특성이 뛰어나다.
웨이하이=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