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 혁신디자인의 '비극'
“기존 세제 형태를 뒤바꿀 프록터앤드갬블(P&G)의 가장 중요한 제품이다.”

지난 2월 세계 최대 생활용품업체 P&G의 최고경영자(CEO) 밥 맥도널드가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며 한 말이다. 야심차게 내놓은 제품은 ‘패킷형 타이드’(사진)였다. 가루로 된 세제와 달리 작고 동그란 고체 형태로 만든 제품이다. 세탁할 때마다 한 알씩만 넣으면 되는 편리함뿐 아니라 디자인도 화제가 됐다. 파란색, 주황색 줄무늬가 들어간 사탕 모양이었다. 포장도 사탕박스처럼 만들었다. 고객 반응도 좋았다. 세제 주문량은 P&G 예상보다 30%나 많았다. P&G의 디자인 혁신은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두 달 후 P&G의 혁신은 위험에 처했다. 아이들이 세제를 사탕으로 착각해 먹는 사고가 잦아졌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6일(현지시간) “아이가 패킷형 세제를 삼켰다는 고객 불만 전화가 폭주하면서 세제 업계에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작고 동그란 세제에 알록달록한 색소가 첨가돼 아이들의 눈길을 끌기 쉽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기존 세제의 개념을 뒤엎은 ‘혁신 제품’이 안전 사고를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세제를 사탕으로 오인해 삼키는 사고는 판매량 증가와 함께 급증하고 있다. 미국독극물통제센터협회(AAPCC)는 “최근 20일 동안 180건의 사고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하루 9건꼴로 사고가 나는 셈이다. AAPCC는 “아이들이 패킷형 세제를 먹을 경우 구역질과 호흡곤란 증세가 올 수 있다”며 “P&G 등 패킷형 세제를 판매하는 업체들은 포장에 경고 문구를 강화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새로운 디자인의 세제로 판매를 늘리겠다는 P&G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P&G는 그동안 혁신담당팀을 만들어 즉흥적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패킷형 타이드도 이 팀에서 나왔다. 8년 동안 6000여명의 소비자 테스트를 거친 후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했다. P&G는 지난달 “타이드의 시장점유율을 10년 안에 30%까지 높이겠다”고 밝혔지만 사고 여파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P&G는 제품 포장을 바꿔 사고 위험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폴 폭스 P&G 대변인은 “신제품을 출시할 때 안전 교육과 경고 문구에 더 신경을 쓸 것”이라며 “몇 주 내에 어린이가 세제통을 열 수 없도록 하는 잠금장치를 제품에 추가하겠다”고 설명했다. 패킷형 세제는 미국에서 올초 처음 출시됐으며 한국에는 아직 판매되지 않고 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