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 건물 내부를 사고 발생 1년2개월 만에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했다. 호소노 고시 원전담당상의 수행 취재 형식으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4호기의 원자로 건물 내부를 26일 공개했다.

4호기는 작년 3월 원전 사고 당시 정기점검을 위해 가동이 중단돼 있었다. 원자로 내 핵연료가 사용 후 연료저장조에 옮겨져 보관돼 있었기 때문에 원자로에 들어 있던 핵연료가 녹아내린 1∼3호기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하지만 4호기 역시 수소폭발로 원자로 건물 지붕과 바다 쪽에 면한 벽이 날아가 흉측한 모습이다.

지하 1층, 지상 5층의 원자로 건물은 지상에서 쳐다봤을 때 4층과 5층의 벽이 폭발로 날아갔다. 배선과 배관, 철골이 사방팔방으로 너덜거리며 매달려 있었다.

건물 입구의 방사선량은 시간당 120마이크로시버트. 9시간 이곳에 있으면 일반인의 연간 피폭한도인 1밀리시버트 이상 피폭하게 될 정도로 방사선 수치가 높았다.

건물 1층 내부는 어두컴컴했고 콘크리트 파편이 이곳저곳에 널려 있었다. 방사선량은 건물에서 가장 높은 시간당 50밀리시버트였다.

2층엔 배관과 밸브가 밀집한 통로가 있었고 방사선 수치는 시간당 500마이크로시버트. 이곳에서는 폭발로 손상된 건물의 내진성을 높이기 위해 연료저장조의 바닥을 강철제로 떠받친 기둥이 설치됐다. 주변에는 콘크리트로 고정한 벽이 있었다.

3층을 지나 건물 4층에 오르니 갑자기 밝아지면서 시야가 탁 트였다. 작년 3월 4층에서 수소폭발이 일어나면서 바다쪽 벽면이 통째로 날아갔기 때문이다. 이곳은 잔해가 치워지지않아 폭발 당시 모습 그대로였다. 배관은 행태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이리저리 구겨져 있었다. 철골이 마구 휜 채 매달리거나 벽면에서 튀어나와 있었다.

이날 30분간 취재에 나선 기자 4명의 피폭량은 90 마이크로시버트∼110마이크로시버트 정도였다. 한 기자는 "도쿄전력이 공개한 사진과 동영상을 여러차례 봤지만 가까이서 참상을 직접 보니 충격의 정도가 달랐다"고 말했다.

이날 호소노 원전담당상 수행 취재는 일본의 4개 언론사에만 허용됐다. 방사선량이 높아 취재시간은 30분이 주어졌다.

도쿄전력은 내년 12월부터 4호기의 연료저장조에서 핵연료를 끄집어내 2년에 걸쳐 인근 공용 연료저장조로 옮길 계획이다. 원자로 건물 내부의 잔해 철거는 작년 가을부터 시작됐지만 진척도는 60%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일 폭발한 후쿠시마원자로 내부 들어가보니… 26일 첫 언론 공개
원자로 폐쇄 작업에 가장 큰 장애물은 고농도 방사성 물질 오염수이다. 1∼4호기의 원자로 건물 지하에는 지난 22일 현재 약 7만9800t의 방사상 오염수가 고여있다. 오염수를 냉각수로 이용하는 순환냉각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지만, 오염수 유입량이 하루 500t에 달해 처리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호소노 원전담당상은 "향후 30∼40년에 걸쳐 매우 힘겨운 원자로 폐쇄 작업이 계속될 것" 이라며 "사용 후 연료저장조와 원자로의 핵연료를 제거하기 위해선 정교한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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