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재정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국영 투자은행인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는 24일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현실화될 경우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정부의 목표치(7.5%)보다 크게 낮은 6.4%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도 같은 가정을 했을 경우 중국의 올해 성장률이 6%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발표된 HSBC의 5월 중국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도 지난달(49.3)보다 낮은 48.7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풀고 상황에 따라서는 금리 인하도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 6%대로 추락

펑원성(彭文生) CICC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제일재경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2008년 금융위기의 절반 수준으로 평가된다”며 “정책 변수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로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6.4%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올해 상반기 성장률이 7% 후반 내외로 추정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에는 4~5%대까지 급락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면 △유로화 폭락 △유럽 은행들의 신용위기 △유럽 국가들의 국채 금리 폭등 등으로 유럽 금융시장에 대혼란이 올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역시 최대 수출시장인 유럽의 경기침체로 대외무역이 악화되고 자본유출이 심화되면서 경제성장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수출입 관련 무역금융이 마비되고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며 △국내 금융시장의 긴축으로 기업들의 생산원가가 높아지는 악조건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경기선행지수 역할을 하는 5월 제조업 PMI가 악화된 것도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HSBC는 이날 5월 PMI 예비치가 48.7을 기록, 전월에 비해 0.6포인트 떨어졌다고 밝혔다. HSBC의 PMI는 7개월째 경기 수축을 의미하는 50 미만을 기록했다. 수출주문지수가 전월의 50.2에서 47.8로 급락한 것이 PMI를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

◆경기부양 vs 인플레이션

펑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정부가 올해 목표치인 경제성장률 7.5%를 유지하려면 6000억위안(11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지준율을 내리고 심지어는 금리 인하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는 이미 소비재 구매자에게 보조금을 주고 인프라 투자 자금 집행을 앞당기는 등 일부 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정부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4조위안을 풀었다가 최근까지 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린 점을 감안, 과도한 재정투자는 삼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도 이날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의 8.4%에서 8.2%로 하향 조정하면서 “중국 정부는 은행 대출이나 인프라 투자 같은 기존 경기부양책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세계은행은 “세금을 줄여주고 사회복지 관련 지출을 늘려 내수 소비를 부양하는 정책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을 유도하고 인적자원 개발과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