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일하는 감옥'이라면서…애플맨들 왜 안떠나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인사이드 애플
애덤 라신스키 지음│임정욱 옮김│청림출판│304쪽│1만5000원
세계 최고 만든다는 자부심에 상상 초월 완벽주의로 일 몰두
위원회 없고 팀은 최소 인원만…여전히 신생기업처럼 움직여
애덤 라신스키 지음│임정욱 옮김│청림출판│304쪽│1만5000원
세계 최고 만든다는 자부심에 상상 초월 완벽주의로 일 몰두
위원회 없고 팀은 최소 인원만…여전히 신생기업처럼 움직여
요즘 가장 잘나가는 기업은 애플이다. 지난 1분기에 매출 392억달러, 순이익 166억달러를 기록했다. 현재 환율로 환산하면 매출은 46조원이 넘고 순이익은 20조원에 달한다. 시가총액은 22일 뉴욕 종가 기준으로 5335억달러(628조원). 세계 1위다. 바로 이 기업을 분석한 책 《인사이드 애플(Inside Apple)》이 나왔다.
이 책은 작년 10월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사망한 직후 미국에서 발간돼 화제가 됐다. 물론 잡스의 공식 전기는 월터 아이작슨이 쓴 《스티브 잡스》다. 아이작슨이 객관적으로 기술해 잡스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잡스가 들려준 얘기를 토대로 쓴 ‘기획전기’여서 애플의 진면목을 이해하기에는 조금 미흡하다.
《인사이드 애플》은 ‘비밀제국 애플 내부를 파헤치다’란 부제가 암시하듯 철저히 애플을 분석한다. 경제잡지 ‘포천’ 선임기자인 애덤 라신스키가 전·현직 애플 임직원, 잡스의 지인 등 많은 사람들을 만나 취재한 얘기를 기반으로 썼다. 애플이 왜 강한지, 어떻게 일하는지, 약점은 무엇인지 등을 낱낱이 보여준다.
번역은 트위터에서 ‘에스티마7(@estima7)’으로 유명한 임정욱 전 라이코스 대표가 했다. 임씨는 라이코스를 퇴사한 뒤 짬을 내 직접 번역했다. 기자 출신으로 글솜씨가 좋아 책을 읽다 보면 번역서란 느낌이 들지 않는다. 정보기술(IT) 분야 ‘최고수 트위터리안’답게 군데군데 친절한 설명도 붙여놨다.
라신스키는 잡스가 독재자처럼 군림했다고 썼다. 회사 기밀을 유출한 임직원에 대해서는 철저히 응징했다. 그런데도 애플 임직원들은 최면에 걸린 듯 지시를 순순히 따랐고 아이폰 아이폰 아이패드 등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제품을 잇따라 내놓았다. 라신스키는 잡스가 만든 조직과 DNA에서 그 답을 찾았다.
애플에는 ‘위원회’가 없다. 그 대신 프로젝트를 직접 책임지는 사람을 뜻하는 ‘DRI’라는 게 있다. 잡스는 위원회는 책임을 분산시키고 회피하려는 꼼수라고 봤다. 그래서 팀을 최소 인원으로 꾸려 운영하게 했고 책임자를 명확히 했다. 시가총액 세계 최대 기업이 된 지금까지 신생기업처럼 움직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애플은 기밀 유출을 우려해 신제품 회의는 창 없는 방에서 하고, 신입사원에게는 믿을 만하다고 판단될 때까지 가짜 프로젝트를 맡기기도 한다. 신제품 개발에 참여한 직원조차 완성된 신제품을 잡스가 발표하는 순간 TV를 통해 처음 볼 정도다. 애플이 난파했을 때 잡스와 함께 구명보트를 탈 최정예부대 ‘톱 100’도 극비리에 운영했다.
애플에는 그 흔한 사내정치라는 게 없다. 애플 직원들은 오로지 일만 한다. 저자는 ‘애플에 있는 모든 이들은 밖으로 나가기를 원한다. 그리고 밖에 있는 모든 이들은 애플 안으로 들어가기를 원한다’고 썼다. 그런데도 감옥 같은 회사를 떠나지 않고 일에 몰두하는 것은 세계 최고 제품을 만든다는 자부심 때문이라고 한다.
디자인 우선주의도 애플만의 문화로 꼽힌다. 대부분 회사에서는 신제품 개발 계획을 매듭지은 다음 디자이너에게 하달하는 반면 애플에서는 디자이너의 비전에 따라 움직인다. 회의 참석자들이 디자이너가 입장하는 순간 잡담을 뚝 그치더란 얘기도 있다. 조너선 아이브 부사장이 이끄는 산업디자인팀은 전속 채용담당자까지 두고 있다.
애플(잡스)의 완벽주의도 상상을 초월한다. 영상 편집 프로그램에 탑재할 배경음악을 녹음하기 위해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쓰기도 했고, 60초 동영상을 만들기 위해 하와이까지 신혼부부를 따라가기도 했다. 잡스 역시 프레젠테이션을 여러 차례 연습한다. 협력사 대표를 1주일 동안 붙들어 놓고 리허설에 참여시킨 적도 있다.
애플 방식이 다른 기업에서도 통할까. 실리콘밸리에서는 애플을 따라해선 안 된다는 게 정설이다. 저자는 애플이 독특한 문화를 유지하면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잡스의 통찰력과 집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잡스가 남긴 DNA를 계승한다면 애플이 훌륭한 회사로 남을 수 있다고 썼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