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의 누적 해외수주액은 총 829억달러, 진출 국가는 51개국으로 국내 건설사 중 가장 많은 해외 업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다수의 국가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해왔기 때문에 지역적으로나 공종(工種)으로나 다변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이 같은 우수한 해외 업력과 다변화된 사업이 현대건설의 최대 강점이며, 요즘처럼 시장 환경이 불안한 시기에는 이런 강점이 더욱 부각된다. 작년 현대자동차그룹에 합류, 체질 개선에 이어 올해부터 본격화될 관계사와의 영업 시너지는 현대건설의 기업가치를 한 차례 더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다변화된 사업… 안정적인 수주 실적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에 합류한 이후 내부 조정 시기를 거치며 작년에 일시적으로 저조한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본격적으로 수주 활동을 재개했으며, 현재까지 해외수주액은 30억달러로 경쟁 업체들에 비해 높은 해외수주 달성률을 기록하고 있다.

연초 사우디아라비아의 ‘페트로라빅 2 프로젝트’ 지연 등으로 중동 발주 모멘텀이 느려지면서 이 시장에 치우쳐진 다수의 건설사들은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해외수주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현대건설이 수주 실적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다변화된 사업 포트폴리오 때문으로 판단한다. 현대건설의 공종별 수주 잔액 비중은 발전 40%, 건축토목 30%, 오일 및 가스 16%, 화공 8%, 기타 6%로 비화공 부문에도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연초 중동 다운스트림 발주 부진에도 불구하고 올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콜롬비아에서 알루미나 정제시설, 수처리 시설, 변전소, 도로 등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이처럼 현대건설의 다변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는 시장 환경이 불안한 시기에 더욱 빛이 난다.

극도로 심화되고 있는 중동 수주시장 경쟁과 이에 따른 수익률 하락으로 올해 건설사들의 가장 큰 숙제는 시장 다변화다. 현대건설은 풍부한 과거 해외 업력과 비화공 부문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이 같은 시장 다변화 과정이 타사 대비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 피인수 그 후

피인수 후 현대건설은 약 1년간의 내부 조정기간을 거쳤다. 체질 개선은 주로 그룹 시너지 효과에서 비롯된다. 피인수 후 현대건설은 현대제철로부터의 철근 조달을 전체 물량의 30%에서 90%까지 확대하며 대리점 구매가 아닌 직접 조달을 통해 원자재 가격 절감 효과를 누리게 됐다. 이 같은 철근 일괄 구매로 연간 원가율 개선 효과는 약 0.5%포인트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현대차그룹과 현대건설의 벤더 중 다수가 중복돼 비용 절감도 가능해졌다. 원가 절감 능력 향상은 올해부터 재개될 수주 성장과 맞물려 강력한 어닝 파워를 가능케 할 것으로 예상된다.

피인수 후 체질 개선 다음으로 기대되는 것은 관계사와의 영업 시너지다. 이는 올해부터 관계사와의 프로젝트 공동 입찰에서 나타나고 있다. 현대건설은 현대로템, 현대제철, 현대엔지니어링과 다수의 프로젝트 공동 입찰을 추진하고 있다. 총 사업비 30억달러의 사우디 라즈히 철강 콤플렉스 프로젝트에는 현대로템·현대제철·현대엔지니어링과 컨소시엄으로, 총 사업비 10억달러의 아랍에미리트(UAE) 무사파 철강 콤플렉스 프로젝트에는 현대로템과 합작 입찰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시공, 현대로템은 제철 설비, 현대제철은 운영, 현대엔지니어링은 설계를 각각 담당하게 된다.

성공적으로 수주 시 첫 관계사 시너지라는 의미 외에 향후 수주 확대에도 긍정적이다. 중동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대전제 아래 산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어 철강재와 알루미늄 수요가 높다. 앞으로도 중동 철강·알루미늄 플랜트 시장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업력을 확보할 경우 향후 수주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현대엔지니어링과 ‘프로젝트 공동관리팀’을 신설해 현대엔지니어링의 E/P (engineering/procurement) 기술력과 현대건설의 중동 시장 정보 공유를 통한 동반 입찰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제철, 현대로템 등 각 분야에서 경쟁력을 지닌 관계사들과의 영업 시너지가 본격화될 것이다.

연결재무 기준으로 지분 72.6%를 보유한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건설의 실적에 편입됨에 따라 현대엔지니어링의 가치도 본격적으로 조명을 받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속적으로 높은 수주 성장률을 보이면서 순이익도 매년 20%씩 성장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올해 신규 수주와 매출은 각각 4조7000억원, 2조3000억원으로 추정되며 빠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앞으로도 현대건설 별도 기준보다 높은 11%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돼 현대건설의 연결 이익률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2012~2013년 예상 평균 순이익에 목표배수 18배(삼성엔지니어링 목표배수)를 적용해 산출되는 가치는 3조4000억원이다. 지분 72.6%를 감안하면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 가치는 현대건설 시가총액의 30%에 달하는 2조5000억원이다.

○디벨로퍼로서 성장 필요

현대건설은 글로벌 건설업체다. 하지만 아직까지 현대건설의 역량은 EPC(Engineering, Procurement and Construction)에만 국한된다. 진정한 글로벌 건설업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EPC 역량뿐 아니라 개발 역량까지 갖춰 PPP(Public Private Partnership·민관합작) 시장에 진입해야 한다.

일례로 프랑스의 초대형 건설사 빈치(Vinci)나 부이그(Bouygues)는 PPP 시장 초기 진입기에 수익성을 높였다. 이후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PPP 시스템이 활발한 발전이나 건축토목 인프라는 현대건설이 이미 EPC 경쟁력을 지닌 부문이므로 최초 PPP 시장 침투 시 빠르게 사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최대의 해외수주 업력을 보유한 EPC 최강자 현대건설은 중·장기적으로 추가 성장 확보를 위해 디벨로퍼로 변모해 나가야 한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 kyungja.lee@truefrien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