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금융회사들이 우량 자산을 내다파는 지금이 투자를 시작할 시점(entry point)이다.”

피터 코넬리우스 유럽 프라이빗에쿼티·벤처캐피털협회장(사진)은 ‘미래 투자전략’을 주제로 열린 특별세션에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역발상 투자전략을 제시했다. 코넬리우스 회장은 “장기적인 관점의 투자자라면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 매력적인 투자 대상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위기를 맞으면 기업과 은행들이 우량 자산을 싼값에 시장에 매물로 내놓는다는 점이 그가 ‘지금이 기회’라고 말하는 근거다. 코넬리우스 회장은 “유럽 은행들이 자본 확충을 위해 자산을 매각하고 있다”며 “유럽 사모투자펀드(PEF)와 헤지펀드들이 매력적인 자산을 찾아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흥국 자산 가격도 매력적인 수준으로 하락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코넬리우스 회장은 “유럽 재정위기는 경제 펀더멘털이 강한 신흥국 자산의 가치가 높아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3~5년에 걸친 투자전략을 세울 때 2008~2010년의 경험을 되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이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이어지면서 달러화 가치와 미국 국채 가격이 급등하고 신흥국 주가와 통화가치가 급락하는 등 극단적인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났지만 이런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유럽 재정위기에 대해서도 “몇몇 나라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서 이탈하는 극단적인 상황에도 대비해야 하지만 정책당국이 해결책을 찾아내면 혼란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코넬리우스 회장은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1.7%에 불과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만 고집할 수는 없다”며 “글로벌 투자자금은 머지않아 신흥국 주식 등 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자산으로 다시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신흥국 중에서도 아시아에 주목했다. 코넬리우스 회장은 “아시아 국가들은 과거 수출 위주의 ‘소규모 개방 경제’에 머물렀지만 점차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고 있어 투자처로 유망하다”고 평가했다. 또 “이 국가들은 제조업 경쟁력과 정부 재정이 탄탄하다”며 “신흥국이 선진국보다 위험이 높다는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코넬리우스 회장은 한국도 유망한 투자 대상이라고 지목했다. 그는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도 경기 침체를 겪지 않은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라며 “경쟁력 있는 기업이 많고 중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갖춘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 투자자들도 한국 주식과 부동산에 관심이 많다”며 유럽계 자금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가는 흐름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말 출범한 한국형 헤지펀드가 자리를 잡기까지는 3~5년 이상의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넬리우스 회장은 “헤지펀드 투자자들은 과거 실적(track record)을 보고 투자한다”며 “업적을 쌓는 데만 해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또 “국민연금 등 한국 기관투자가도 유럽 금융회사들이 내놓은 자산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철저한 실사를 바탕으로 추진해야 위험을 줄이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