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외모였다. 제이슨은 착하지만 멍청하게 보였는데 이처럼 똑똑한 것과는 거리가 먼 듯한 사람이 명료하고 유창하게 변론하자 배심원 대다수가 믿기는커녕 오히려 의심했다는 것이다. 실제 제이슨이 어눌한 화법을 구사하자 사정은 달라졌다.
사회인류학자 비키 쿤켈이 《본능의 경제학》에서 소개한 사례다. 쿤켈은 또 뉴욕대 랜 하신과 야코브 트로프 교수의 발표를 들어 사람의 뇌엔 처음 만난 상대의 얼굴과 그의 일을 연관시키는, 다시 말해 특정 업무나 역할에 부합하는 얼굴형이 있다고 믿는 고정관념이 자리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데미 무어가 삭발하면 용기와 힘의 상징으로 여기지만, 여린 인상의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삭발하면 신경쇠약 증세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예쁜 여성은 일반 사무직엔 몰라도 고위경영직엔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는 예일대 연구팀의 보고도 있다. 힘 있는 자리엔 남성적 특징을 지닌 사람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고착화돼 있다는 얘기다.
관상이 사람의 심리와 선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자료는 이 밖에도 많다. 신뢰가 필요한 경우엔 정직하고 결백할 것 같은 아기 얼굴형, 위기 대응 능력이 중요한 때엔 성숙하고 각진 얼굴형의 대변인이 선호된다거나 전시(戰時)엔 남성적이고 위압적인 얼굴, 평화 시엔 지적이고 넉넉할 것 같은 얼굴이 인기를 끈다는 게 그것이다.
투자자들이 자산관리자를 고를 때도 실적보다 외모에 끌린다는 마당이다. 미국 다트머스대와 영국 워익대 팀이 18~69세 일반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실적에 따른 평판에 상관없이 ‘믿을 수 있을 것 같은’ 얼굴 쪽에 더 많은 돈을 맡기더란 발표다.
행동경제학의 창시자인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대 명예교수는 “일상의 판단과 선택은 합리성보다 직관에 좌우된다”고 말했다. 불확실성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합리성의 초석이며, 모든 결정은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해야 하는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낌에 의존한다는 지적이다.
다트머스대의 연구는 외모가 고용과 승진은 물론 투자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전한 셈이다. 그러나 면접장에 섰을 때와 합격한 후의 얼굴은 완전히 다르고, 사람에 대한 느낌은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좌우되는 수가 흔하다. 외양에 너무 혹하지 말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