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입 신청을 받아보니 평당 6000만원이 넘는 도시형 생활주택도 있더군요. 예상보다 비싸서 실제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는 물량이 얼마나 될지 접수가 끝나봐야 알 것 같습니다.”(SH공사 관계자)

서울시가 임대주택 8만가구 공급의 일환으로 도입한 ‘도시형 생활주택 매입 임대사업’을 걱정하는 소리가 요즘 자주 들린다. 다양한 유형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취지는 좋은데, 자칫 ‘고가의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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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늘어나는 1~2인 임대수요를 겨냥, SH공사를 통해 올해 민간 사업자로부터 전용면적 14~20㎡ 규모의 도시형생활주택 556가구를 사들일 계획이다.

그런데 도시형 생활주택의 분양가가 너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집이 작아서 가구당 분양가 총액이 적은 것처럼 보이지만, 3.3㎡당 가격으로 따지면 아파트보다 훨씬 비싼 곳이 많다. 3.3㎡당 분양가가 2000만~3000만원(공급면적 기준)을 넘는 곳도 적지 않고, 주변 소형 아파트보다 비싼 곳도 수두룩하다.

안전장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는 매입심사위원회와 엄격한 감정평가를 거쳐 토지비와 건축비를 산정해 도시형 주택을 사들일 계획이다. 이렇게 하면 당초 분양가보다 싸게 매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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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매도자가 서울시의 매입 희망가격을 선뜻 받아들일 수 있을까. 주택업계 관계자는 “사정이 급한 사업자가 아니고서는 건설원가 밑으로 매각하려는 경우는 흔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감정평가액 기준으로 매입해도 땅값과 건축비를 고려하면 ‘저렴한 임대주택’으로 공급할 만한 물량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전전대 방식’을 대안으로 거론한다. 서울시가 민간 도시형 주택을 전세로 얻은 뒤, 세입자에 재임대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1억5000만원을 주고 매입해야 할 도시형 주택을 8000만~9000만원에 전세를 얻은 뒤, 서민들에게 임대주택으로 다시 공급하면 재원을 절감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임대주택 공급 확대는 중산층과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이용해 세입자에게 꼭 필요한 맞춤형 임대주택을 공급하기를 기대한다.

이정선 건설부동산부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