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 "유로존 '통화동맹' 넘어 재정까지 통합해야 위기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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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연설 - 게르하르트 슈뢰더 前 독일 총리
ECB, 유동성 공급 충분…그리스·스페인 뱅크런사태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 없어
23일 EU 정상회의에서 유로본드 발행 등 협의하면 구조적 성장동력 확보 가능
ECB, 유동성 공급 충분…그리스·스페인 뱅크런사태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 없어
23일 EU 정상회의에서 유로본드 발행 등 협의하면 구조적 성장동력 확보 가능
“유럽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통화동맹을 넘어 재정 통합까지 이뤄 나가야 합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21일 한국경제TV와 한경미디어그룹이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2012 세계경제·금융 컨퍼런스’의 특별 기조연설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불거지면서 통화동맹이 갖고 있는 취약성이 부각된 만큼 재정동맹으로 가야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통화동맹만으로 경제 통합을 가져오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경제학자들의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슈뢰더 전 총리는 1998년부터 2005년까지 7년간 독일 총리로 일했다. 사회민주당(SPD) 소속이었지만 이른바 ‘독일 병’을 치유하고 경제를 부흥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2003년 총선 패배를 감수하고 경제 개혁을 추진한 점에 대해 깊은 존경을 표한다”며 그의 업적을 높이 평가했다.
○“메르켈 리더십에 문제 있었다”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할 가능성에 대해 슈뢰더 전 총리는 “독일이 결국 돕게 될 것”이라며 “진작에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앙겔라 메르켈 현 독일 총리의 리더십이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그리스 사태가 처음 벌어졌을 때 첫 6개월간 ‘그리스에 돈을 줄 순 없다’는 독일 내 여론에 끌려갔다”는 것이다. 그는 “하지만 지금은 독일이 제 방향을 찾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단 조건이 있었다. 유럽연합(EU)이 요구하는 개혁 프로그램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케이크를 먹기도 하고, 갖기도 할 수는 없다”는 영국 속담을 소개한 뒤, “그리스 탈퇴를 방관하진 않겠지만 (그리스는) 개혁 이행을 약속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스 스페인 등 유럽 남부지역의 뱅크런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개인들의 행동을 정치인이 막을 수는 없지만,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동성 공급 등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럽합중국이 해법이다”
슈뢰더 전 총리는 “EU가 그리스를 도울 것이라는 신뢰를 줘야 뱅크런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근본적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유럽의 더 강력한 통합만이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각국이 어느 정도 재정주권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통화동맹뿐 아니라 재정까지 통합해 유럽에 명실상부한 정치적 연합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U’가 아니라 ‘유럽합중국(USE·United States of Europe)’을 만들어야 또 다른 위기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진정한 통합을 위해선 EU 집행위원회가 일종의 ‘정부’ 역할을 맡고 ‘유럽 재정장관’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또 유로존의 공동채권인 ‘유로본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ECB의 기준금리 인하, 유로존 은행권에 1조유로 이상의 유동성 공급 등의 조치가 최근 이뤄졌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유로본드 발행을 통해 부채 문제를 공동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유로본드가 발행되면 고금리로 인해 자본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신재정협약 재협상은 없을 것”
슈뢰더 전 총리와의 대담은 한덕수 무역협회장이 맡았다. EU 회원국들이 재정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3%, 국가부채 규모를 GDP의 60% 수준으로 제한하기로 합의한 ‘신 재정협약’이 이슈였다. 프랑수아 올랑드 새 프랑스 대통령이 신 재정협약 재협상을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재정협약 내용이 바뀔 가능성을 묻자 슈뢰더 전 총리는 고개를 저었다. “대안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그러나 장기적으로 긴축보다 성장에 역점을 둬야 EU가 살아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유럽의 위기는 공동통화의 위기가 아니라 의사결정의 위기”라고 진단하며 “23일부터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유로본드 등을 도입하기로 합의하면 유로존이 점차 안정을 찾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