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한국전자파학회, 단국대, 이화여대, 한국원자력의학원과 3년2개월에 걸쳐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 이같이 나왔다며 전자파 허용 기준을 보완해야 한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어린이에 대한 전자파인체보호기준의 적합성 분석 △어린이 신경행동발달 및 ADHD에 미치는 영향 △여러 주파수 동시노출 환경에서 주파수의 생물학적 영향 등 3개 분야에서 진행됐다.
연구 결과 어린이는 FM 방송용으로 쓰이는 100메가헤르츠(㎒) 전후의 주파수 대역과 이동통신용으로 쓰이는 1기가헤르츠(㎓) 이상의 주파수 대역에서 전자파를 어른보다 많이 흡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 양이 생물학적 허용 기준을 초과하기 때문에 전자파강도 기준을 보완하거나 어린이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TRI는 임산부가 휴대폰을 사용할 때 폰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영·유아의 운동, 인지 기능 등 신경행동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도 분석했으나 특별한 영향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초등학생 2000명을 대상으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분석한 결과 휴대폰을 많이 사용할수록 ADHD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결과가 전자파에 의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좀더 정밀한 연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TRI 연구팀은 2세대 이동통신 CDMA, 3세대 이동통신 WCDMA 등 여러 주파수에 동시에 노출된 경우 세포분열, 세포노화, 태아에 미치는 영향, 정자에 미치는 영향 등도 연구했으나 ‘이상 소견’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최형도 ETRI 바이오전자파연구팀장은 “전자파가 인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결정적 증거는 없지만 그렇다고 무관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좀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특정 주파수 대역에서 어린이가 어른보다 많은 전자파를 흡수한다는 연구 결과를 반영해 국제기준이 보완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어린이·임산부 등 전자파에 취약할 가능성이 있는 계층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광현 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