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병을 앓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 환자 수가 매년 증가 추세다. 특히 고혈압 환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발표한 만성질환 1000명당 환자 수를 살펴보면 고혈압 환자는 2007년 92.6명에서 2010년 108명으로 연평균 5.2%의 증가율을 보였다. 대표적인 만성질환인 당뇨병이 이 기간 1000명당 43.1명, 4.4%의 증가율을 보인 것과 비교할 때 증가속도가 두 배 이상이다. 고혈압 환자군이 얼마나 빠르게 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또 2010년 기준 국내 고혈압 환자 553만명의 투약일수 분포를 보면 180일 이상 투약받은 환자가 총 349만명으로 나타나 전체 환자의 63.2%나 됐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고혈압 환자의 10% 정도인 60만명은 고혈압 치료를 위해 평균 3개 이상의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 통상 의료계에서 3개 이상 약물을 복용해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를 난치성 고혈압이라고 한다. 평소 고혈압을 앓아온 중년층의 뇌졸중·심장질환 사망률이 일반인보다 서너 배 높다는 점에서 난치성 고혈압은 ‘움직이는 시한폭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연히 난치성 고혈압 환자들의 고민이 많을 터인데, 약물 복용으로 큰 효과가 없는 경우도 많아 병원에서도 항상 고위험군으로 분류되곤 한다. 하지만 최근 비약물적 치료법인 ‘신장신경차단술’이 도입돼 난치성 고혈압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되고 있다.


○고주파로 신장동맥 교감신경 차단

난치성 고혈압 치료법인 신경차단술은 혈압 조절과 관련된 중추 교감신경계 가운데 하나인 신장과 뇌를 잇는 ‘신장신경’을 고주파 충격을 이용해 차단하는 시술이다.

혈압을 올리는 교감신경계 작용을 감소시켜 혈압을 조절한다. 사타구니로 고주파를 발생하는 장치가 연결된 카테터를 넣어 신장 동맥에 그 에너지를 전달, 혈관 외벽에 있는 교감신경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부분마취 후 1시간 이내에 시술이 완료된다. 앞서 독일과 호주 등 40여개국에서 수년 전부터 승인을 받아 4000여명이 시술을 받았다. 현재까지 완치율은 90%다. 국내에서는 지난 3월 삼성서울병원에서 첫 시술을 시작한 이후 분당서울대병원이 두 번째 시술을 시행했다. 세브란스병원, 고대구로병원 등도 최근 도입했다.


○시술 6개월 뒤 혈압 30~40㎜Hg 떨어져

최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시술 받은 환자는 74세(남)로 1991년 고혈압으로 진단받은 이후 지금까지 5가지 약물을 복용해왔지만 혈압이 160/90㎜Hg 내외로 사실상 약물치료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지난달 신경차단술을 받은 이 환자는 시술 후 혈압이 150/80㎜Hg로 호전됐다. 일반적으로 시술 후 1개월 뒤 본격적으로 혈압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6개월 후에는 수축기 혈압이 30~40㎜Hg 정도 떨어진다.

해외 임상시험에 따르면 신경차단술 이후 3년간 혈압 강하 추이를 추적한 결과, 평균 혈압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심장혈관센터는 3가지 이상의 약물을 복용하면서 수축기혈압이 160㎜Hg 이상인 환자를 대상으로 이 시술을 적용하고 있다.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치료법인 만큼 당분간은 무료 시술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원래 시술 비용은 700만원이 넘는 고가다.

최동주 분당서울대병원 심장혈관센터장은 “지금까지 모두 네 명의 난치성 고혈압 환자가 이 시술을 받았다”며 “약물로 치료되지 않는 난치성 고혈압 환자들은 뇌졸중, 중증 심장질환 등 심각한 합병증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 신경차단술이 난치성 고혈압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최동주 분당서울대병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