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사는 것보다 잘 늙는 것(well aging)이 중요한 시대다.

노화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노화를 위한 세 가지 조건으로 질병과 장애가 없을 것, 높은 수준의 신체활동과 인지능력을 유지할 것, 사회적·생산적인 일을 지속할 것 등을 꼽는다.

중국 고전 ‘예기(禮記)’에는 노인을 나이에 따라 삼로(三老)로 분류했다. 예컨대 상수(上壽·1200세), 중수(中壽·90세), 하수(下壽·80세)의 세 노인을 ‘삼로’라고 명명했다.

최근 통계청은 100세 이상 사는 노인이 2060년까지 30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1800명 정도인데, 반세기 뒤에는 8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각종 매스컴에선 100세를 넘긴 나이에도 힘든 수술을 거뜬히 받거나 사회적 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한 예로 지난해 12월 서울 성모병원에서 세계 최고령 대장암 수술을 받은 문귀춘 할머니는 수술 당시 102세였다.

전신마취 후 6시간이나 걸린 암 수술을 이겨낸 문 할머니의 강한 체력은 건강한 식습관, 적절한 노동, 긍정적인 성격, 화목한 가정에서 나왔다고 했다. 문 할머니는 가리는 음식이 없었고 마당 텃밭에서 직접 기른 채소를 즐겨 먹었다. 60대까지 직접 보리·콩 농사를 지었다.

장수 어르신들의 건강 비결은 곧 성공적인 노화에 대한 비밀을 푸는 열쇠와 같다. 이미숙 한남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100세 생일을 맞은 노인 71명을 직접 방문해 식품 섭취 실태, 식습관 등을 조사했는데 이들은 ‘밥과 국’, ‘밥과 반찬’보다 ‘밥과 국, 그리고 반찬(대개 김치 포함)’으로 구성된 식사를 즐겼다.

주식은 쌀밥(73%)이었으며, 국·찌개류는 채소·두부를 넣은 된장국·된장찌개(47%), 반찬은 나물류(42%)를 선호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생채소를 즐긴 노인은 2%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살짝 데친 나물을 주로 먹는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계에선 살짝 데친 나물이 생채소보다 건강에 이로운 측면이 많다고 본다. 생채소보다 질산염(발암물질 생성의 한 원인)이 적은 데다 데치면 부피가 줄어들어 웰빙식품인 채소를 훨씬 많이 섭취할 수 있어서다.

조사를 통해 확인된 100세 이상 노인들은 소식(小食)을 주로 했지만 엄격히 말해 소식이라기보다는 식사량에 얽매이지 않고 적당히 먹었다.

특이한 것은 건강에 이로운 생활습관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규칙적인 라이프스타일(식습관·산책·운동·적당한 노동 등), 천천히 먹는 식사, 전통 발효음식을 즐기는 것 등이다.

집안에서만 지내는 어르신은 극히 드물었다. 장수하는 대다수 노인은 자주 외출하고 가급적 인간관계를 풍성하게 나누는 편이었다.

나이들수록 잠이 없어진다는 통념은 맞지 않았다. 낮잠을 즐기는 노인도 30% 정도였고, 노인 4명 중 3명은 하루 8~10시간씩 충분한 수면을 취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