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다이어트에서 불똥 튄 연료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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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타임즈의 확대경
1952년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연구팀이 로스앤젤레스(LA) 도심에 광범위하게 형성된 스모그를 분석했다. 그 결과 태양광선과 자동차 배출가스가 섞인 광화학스모그라는 것을 밝혀냈고, 자동차 배출가스가 주범으로 지목됐다. 결국 캘리포니아는 1959년 자동차 오염물질 배출농도 기준을 설정했고 1960년 자동차오염방지법을 제정했다. 이어 미국 연방정부가 1963년 대기정화법을 만들었고, 1965년 자동차 배출가스 오염방지법을 추가했다. 1968년 신차부터는 연방 통일의 배출가스 규제가 더해졌다. 물론 배출가스를 규제하는 곳은 미국뿐만 아니다. 한국과 일본, 유럽도 배출가스를 줄이려는 전방위적인 노력을 계속해왔다.
배출가스를 줄이는 방법의 하나로 주목받는 게 ‘자동차 다이어트’다. 엔진은 배기량 축소로, 앞모양은 공기 저항 감소로, 타이어는 실리카 소재로 바뀌는 중이다. 부품도 예외 없이 무게 줄이기에 여념이 없다. 다이어트가 곧 효율 상승이고, ℓ당 주행거리가 늘어나면 그게 바로 친환경이자 배출가스 감축이다.
2007년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에 등장했던 현대자동차 컨셉트카 ‘카르막’(사진)에는 페트병 900개 분량의 플라스틱이 사용됐다. 철을 대신할 플라스틱 소재를 실험적으로 사용해 주목받았다. 독특한 컨셉트로 유명한 스위스 자동차회사 린스피드는 투명자동차 ‘엑사시스’를 전시하기도 했다. 마크롤론이라는 신소재 플라스틱은 유리보다 250배 강하지만 무게는 절반에 불과하다.
철 재질의 차체를 아예 없앤 자동차도 있다. 미국 XP자동차가 내놓았던 ‘위스퍼(whisper)’ 전기차는 공기가 주입돼야 차체가 부풀어 완전한 모양이 된다. 부품 및 타이어, 유리 등을 제외한 나머지는 특수 섬유를 사용한다. 나사(NASA·미국 항공우주국)가 행성에 로봇을 떨어뜨릴 때 쓰는 에어백과 같은 소재다. 칼에도 베이지 않을 만큼 질긴 것으로 유명하다. 덕분에 위스퍼자동차 한 대의 무게는 217㎏에 불과하다. 어른 두세 명이 힘을 합치면 짊어지고 옮길 수도 있다.
하지만 다이어트를 통한 친환경 접근은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신기술 검증과 적용에 시간이 필요한 탓이다. 그래서 연료전지와 하이브리드, 전기차가 각광받는 중이다. 동력원을 바꾸자는 제안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그러자 불똥이 연료로 옮아갔다. 당장은 아니지만 친환경차의 증가는 미래의 정유사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 디젤엔진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다며 경유 택시에 보조금 지급을 요구하는 배경이다. 반면 LPG(액화천연가스)는 그 자체가 청정연료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 사이 압축천연가스(CNG)도 슬그머니 고개를 내민다. 친환경으로 바뀌어 가는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에너지 사업의 근간까지 흔드는 셈이다.
각자의 논리와 입장은 납득할 수 있지만 문제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데 있다. 경유 택시에 보조금을 주면 LPG가 어렵고, 시내버스 등에 디젤을 허용하면 CNG가 위축된다. 어느 한쪽 편만 들 수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에너지 개편은 필요하다.
요즘 전기료 인상이 화두다. 전기차가 늘어나면 전력 수요도 덩달아 많아지게 마련이다. 태양이나 조력, 풍력에 자꾸 눈을 돌리는 배경이다. 그렇지 않으면 전기차는 해봐야 그저 내연기관의 연장일 뿐이다. 석유를 태워 전기를 만들기 때문이다.
권용주 오토타임즈 기자 soo4195@autotimes.co.kr
배출가스를 줄이는 방법의 하나로 주목받는 게 ‘자동차 다이어트’다. 엔진은 배기량 축소로, 앞모양은 공기 저항 감소로, 타이어는 실리카 소재로 바뀌는 중이다. 부품도 예외 없이 무게 줄이기에 여념이 없다. 다이어트가 곧 효율 상승이고, ℓ당 주행거리가 늘어나면 그게 바로 친환경이자 배출가스 감축이다.
2007년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에 등장했던 현대자동차 컨셉트카 ‘카르막’(사진)에는 페트병 900개 분량의 플라스틱이 사용됐다. 철을 대신할 플라스틱 소재를 실험적으로 사용해 주목받았다. 독특한 컨셉트로 유명한 스위스 자동차회사 린스피드는 투명자동차 ‘엑사시스’를 전시하기도 했다. 마크롤론이라는 신소재 플라스틱은 유리보다 250배 강하지만 무게는 절반에 불과하다.
철 재질의 차체를 아예 없앤 자동차도 있다. 미국 XP자동차가 내놓았던 ‘위스퍼(whisper)’ 전기차는 공기가 주입돼야 차체가 부풀어 완전한 모양이 된다. 부품 및 타이어, 유리 등을 제외한 나머지는 특수 섬유를 사용한다. 나사(NASA·미국 항공우주국)가 행성에 로봇을 떨어뜨릴 때 쓰는 에어백과 같은 소재다. 칼에도 베이지 않을 만큼 질긴 것으로 유명하다. 덕분에 위스퍼자동차 한 대의 무게는 217㎏에 불과하다. 어른 두세 명이 힘을 합치면 짊어지고 옮길 수도 있다.
하지만 다이어트를 통한 친환경 접근은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신기술 검증과 적용에 시간이 필요한 탓이다. 그래서 연료전지와 하이브리드, 전기차가 각광받는 중이다. 동력원을 바꾸자는 제안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그러자 불똥이 연료로 옮아갔다. 당장은 아니지만 친환경차의 증가는 미래의 정유사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 디젤엔진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다며 경유 택시에 보조금 지급을 요구하는 배경이다. 반면 LPG(액화천연가스)는 그 자체가 청정연료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 사이 압축천연가스(CNG)도 슬그머니 고개를 내민다. 친환경으로 바뀌어 가는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에너지 사업의 근간까지 흔드는 셈이다.
각자의 논리와 입장은 납득할 수 있지만 문제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데 있다. 경유 택시에 보조금을 주면 LPG가 어렵고, 시내버스 등에 디젤을 허용하면 CNG가 위축된다. 어느 한쪽 편만 들 수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에너지 개편은 필요하다.
요즘 전기료 인상이 화두다. 전기차가 늘어나면 전력 수요도 덩달아 많아지게 마련이다. 태양이나 조력, 풍력에 자꾸 눈을 돌리는 배경이다. 그렇지 않으면 전기차는 해봐야 그저 내연기관의 연장일 뿐이다. 석유를 태워 전기를 만들기 때문이다.
권용주 오토타임즈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