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양희
벌새는 1초에 90번이나
제 몸을 쳐서
공중에 부동자세로 서고
파도는 하루에 70만번이나
제 몸을 쳐서 소리를 낸다
나는 하루에 몇 번이나
내 몸을 쳐 시를 쓰나
마음이 느슨해질 때마다 이 시를 다시 읽어봅니다. 우리가 들이마시고 내쉬는 숨은 1분에 16~17번 정도에 불과하고 맥박도 60~70번에 그친다는데 저 작은 몸집의 벌새는 1초에 90번이나 날갯짓을 해서 공중에 부동자세로 서 있다니, 초여름 바닷가 방풍림에서 듣던 그 파도 소리 또한 하루에 70만번이나 제 몸을 쳐서 내는 것이었다니, 이렇게 게으른 오늘이 더없이 무참합니다. 등단한 지 50년 가까운 세월을 하루 몇 번씩이나 자신의 몸을 치며 붓끝을 벼리던 시인의 귀에 이 부끄러운 참회는 몇 번의 채찍 소리로 들릴는지….
고두현 문화부장·시인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