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위기에 놀란 돈 '단기 피난처'로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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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새 은행 예금 12조·MMF 8조 증가
금리 연 1~2%대 수시입출식예금 6조 증가
은행 "저축銀 예금도 유입…굴릴데가 없다"
금리 연 1~2%대 수시입출식예금 6조 증가
은행 "저축銀 예금도 유입…굴릴데가 없다"
유럽 위기 심화 우려에 따라 시중 자금이 은행 예금과 자산운용사 머니마켓펀드(MMF)로 몰려들고 있다.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이나 단기상품에 돈을 일단 넣어둔 뒤 시장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초 대형 저축은행 영업정지에 따른 영향도 크다는 분석이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들어 15일까지 예금은행의 실세 총예금은 12조2262억원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5일 기준 실세 총예금은 919조6727억원이다. 실세 총예금은 정부 예금과 외화 예금 등을 제외한 요구불예금 저축성예금 등의 합계를 말한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달 말 빠져 나간 단기성 자금이 월초부터 재차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은행 수신은 특히 금리가 연 1~2%대에 불과한 수시입출식저축성예금(MMDA) 등 수시입출금식 상품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 4월 중 13조3000억원 감소했던 은행 수시입출금식 예금은 이달 들어 지난 10일까지 6조원 이상 급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황종섭 하나은행 부행장보는 “최근 주식·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고 돈을 굴릴 곳이 없다 보니 개인이나 기업 모두 일단 수시입출금 계좌에 돈을 넣어 놓고 관망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은행 정기예금 증가는 지난 6일 4개 저축은행 영업정지 전후로 빠져나간 저축은행 예금 중 상당액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 63조원 규모였던 저축은행 수신 잔액은 지난 3월 말 54조원가량으로 3개월 새 9조원 가까이 줄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아직 전체 수신 잔액이 공식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영업정지 사태에 따라 상당한 예금이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영래 기업은행 개인고객본부 담당 부행장도 “저축은행 영업정지 여파로 저축은행에서 돈을 뺀 고객이 많고 주가가 빠져서 펀드 등에서도 재미를 못 보니 은행에 일단 돈을 묻어두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표적 단기자금인 MMF에도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이달 들어 15일까지 MMF는 8조505억원 증가했다. 특히 증가분의 대부분은 개인이 아닌 법인 자금이었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MMF 자금 예치를 늘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은행권으로 들어온 단기성 자금을 은행들이 자산운용사의 MMF에 예치하는 것도 MMF 증가의 한 원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은행들은 예금으로 뭉칫돈이 들어와도 전처럼 반색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굴릴 데가 마땅치 않아서다. 황 부행장보는 “수신이 늘어나더라도 대출로 다 소화하지 못하기 때문에 요즘에는 대규모 기관예금에도 특별금리 적용을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 부행장도 “돈 굴릴 곳이 없기 때문에 은행들 입장에서도 전처럼 특판 등을 통한 예금유치 경쟁을 덜 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다만 수신기반 확충에 열올리고 있는 산업은행만 고금리 수신에 나서고 있다.
김일규/서정환/이상은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