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가 사양산업이라고요? 시장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죠. 도자기 시장은 어마어마하게 성장할 수 있는 전기를 맞고 있습니다.”

국내 1위 도자기 업체인 한국도자기의 김동수 회장(76)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도자기 시장의 미래는 어느 때보다 밝다”고 낙관했다.

유럽 등에서 일부 도자기 업체들이 매물로 나오거나 부도를 맞고 있는 상황을 감안했을 때 다소 의외다. 김 회장은 유럽과 우리 상황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유는 두 가지. 재무상황이나 오너십 문제가 다르다는 것.

김 회장은 “예전에 영국의 한 기업에서 인수 제안을 해 왔는데, 회사는 2000만달러에 살 수 있는데 빚이 5000만달러나 됐다”며 “유럽 기업들은 역사가 수백년 돼 브랜드 가치는 높지만 대부분 빚더미에 올라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모펀드들이 이런 회사를 사들여 비싸게 되팔 궁리만 했지 오너십을 갖고 회사를 키울 생각을 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이 한국기업엔 뜻밖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게 김 회장의 판단이다. 글로벌 주요 기업들의 체력이 바닥에 떨어진 지금이 프리미엄 시장을 뚫고 들어갈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는 것. 김 회장은 “한국도자기는 품질, 시설, 디자인 모두 세계 최고인 데다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어 재무구조도 탁월하다”며 “국가 브랜드 ‘코리아’의 힘도 세지고 있어 프리미엄 시장 진입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또 “생활수준이 나아질수록 더 나은 식품, 의류, 핸드백을 찾는 게 인지상정”이라며 “다음 차례는 식기”라고 강조했다. 유리와 플라스틱 등 다양한 소재의 제품이 출시되고 있지만 “인류가 개발한 최고의 식기는 도자기”라며 “옷장이 꽉 찬 집은 많아도 그릇장이 꽉 찬 집은 찾기 힘들어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강조했다.

한국도자기는 자체 브랜드인 ‘프라우나’를 키우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전략이다. 그는 “도자기 업체들이 어려워진 원인 중 하나가 저가 경쟁인데 중국의 저가 공세를 당해내기는 어렵다”며 “프리미엄 제품을 확보하고 자체 유통을 통해 브랜드를 걸고 승부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유통도 공격적으로 확대한다. 오는 8월 미국 뉴욕의 최고급 백화점 ‘삭스’에 직영 매장을 여는 것을 시작으로 두바이에도 330㎡(100평) 규모의 매장을 오픈한다. 국내에서는 전국에서 10개 직영매장 및 71개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두바이 매장을 중동 공략 전초기지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다른 계열사들도 프라우나처럼 명문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생각이다. 계열사 중 하나인 수안보파크호텔의 경우 최근 대대적인 리뉴얼을 통해 110개 객실과 세미나룸, 레스토랑으로 새단장했다. 하나투어와 손잡고 한국도자기 청주공장을 견학한 후 호텔에 묵는 패키지 여행상품도 내놨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